[뉴스토마토 김용현 기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큰 폭 늘면서 경제 악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가수요가 집중적으로 늘어나는 등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신규 분양시장 영향으로 집단대출이 급증해 향후 입주량 증가로 아파트값이 하락할 경우 가격 폭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58조원으로 한달 새 6조원이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 3조5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급증세다. 9월말 기준 올해 총 증가액 역시 5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조5000억원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특히 집단대출 비중이 크게 늘면서 주택가격 하락기 가격 폭락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같은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저금리 기조와 주택거래량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존주택보다는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는 신규 분양시장 거래에 따른 집단대출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신고된 매매거래량을 살펴보면 지난 9월 한달 동안 총 9125건의 아파트가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 8756건과 비교해 4.2%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인 71.4%에 크게 못미친다.
반면, 올해 하반기 신규 분양물량은 총 6만737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375가구와 비교해 66.9%나 급증했다.
기존 주택의 경우 계약시기에 주택담보대출이 이뤄지지만 신규 분양은 통상 청약 진행 후 2~3개월 후 중도금 대출이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7~8월 급증한 분양물량이 9월 대출액 증가세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 분양업체 관계자는 "수도권 전셋값 상승에 따른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도 있지만 최근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투자수요 10명 중 6명을 넘을 정도로 시세차익을 노린 청약이 많았다"며 "대부분 당첨자들이 계약금을 내고 무이자 혜택이 주어지면서 집단대출을 이용해 중도금을 납부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실거주 보다는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자들이 분양시장을 주도하면서 아파트값이 하락할 경우 매도에 어려움을 겪으며 대출을 연체하는 경우가 늘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가격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줄이기 위해 한꺼번에 매물을 쏟아낼 경우 가격 폭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장은 "대출을 통해 집을 구매한 사람은 대부분 대출이자보다는 매매가격이 더 상승할 것을 기대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을 경우 빨리 팔 수 밖에 없다"며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들이 내놓는 물량이 늘고, 다시 이 물량이 가격을 하락시키는 악순환이 단기간에 늘어나면서 하우스푸어 문제를 야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집단대출의 경우 자격요건이 쉬워 건설사나 시행사가 유도하는 측면이 크지만 정부가 딱히 내놓은 보완책은 없는 상황"이라며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경우 집단 입주 거부 등에 따른 한 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지역 전체의 문제로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