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웃길줄 아는 조정석의 치밀한 계산

입력 : 2015-10-21 오후 3:17:46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조정석은 최근 3년간 성장세가 가장 뚜렷한 배우다. 지난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 납득이 역할로 강인한 인상을 남긴 뒤 쭉쭉 치고 올라가고 있다.
 
KBS2 '최고다 이순신', tvN '오 나의 귀신님' 등 각종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꿰찼다. 안정된 연기력과 특유의 유머 코드는 그를 돋보이게 하는 장점이었다. 게다가 코믹과 멜로 등 스펙트럼도 넓혀 나갔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는 신민아와 함께 주인공으로 나와 흥행력을 입증했다. 그런 가운데 조정석은 새 영화 '특종:량첸살인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가는 원톱 주인공으로 나선다. 감초 연기자에서 원톱까지 꿰차는데 불과 3년, 오랜 무대 경험과 치열한 노력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결과다.
 
조정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매 작품마다 성장을 보이고 있는 조정석을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전날 VIP 시사회가 있어 늦게까지 술자리가 있었음에도 그는 활기차 보였다. "피곤할 텐데 괜찮나?"라고 물어보니 "영화가 잘 되기만 한다면 이 정도는 끄떡없다"며 말하는 그의 미소에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 차있었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맡은 역할은 방송사의 기자 허무혁이다. 자신이 저지른 거짓말이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커져버려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는 인물이다. 스스로 웃기기 보다는 원치 않는 상황 속에서 웃음을 만든다. MBC '하이킥' 시리즈에서 보였던 시추에이션 코미디가 자주 나온다. '연애의 온도'를 연출한 노덕 감독 특유의 하이퀄리티 코미디가 조정석의 퍼포먼스와 맞물리면서 팡팡 터지는 웃음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그 웃음에는 조정석만이 갖고 있는 '유머 철학' 속 치밀한 계산이 숨어있었다.
 
"코미디는 타이밍이다. 코미디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형성하는 거라고 본다. 정적을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스트레이트'라기 보다는 '쨉 쨉'하는 듯 빠른 호흡이었다. 가볍게 계속 때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대놓고 웃기려고 하면 웃기지 않는다. 이 작품은 내가 웃겨서가 아니라 내가 놓인 상황을 같이 공감해서 웃는 거다. '진짜 저럴 것 같아' 같은 리얼리즘이 있어야 한다. 최대한 과잉된 표정은 빼고 현실감 있게 연기하려고 했다. 그 점이 통한 것 같다."
 
조정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앞서 노덕 감독은 조정석을 두고 '영리한 배우'라고 평했다. 특정 장면에 A라는 디렉션을 주면 빠르게 습득하고 이해할 뿐 아니라 시나리오에는 드러나지 않은 지점까지 표현해내는 배우라는 점에서다. 노 감독의 칭찬을 전달하니 조정석은 오히려 노 감독이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노 감독은 현장에서도 아주 치밀하고 디테일하다. 그러면서도 한 방이 있다. 호쾌하고 유머 감각도 있다. 진중하면서 위트가 있는 스타일이다. 이 영화가 내 시선에서 진행되는 영화가 아니라 철저히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클로즈업은 최대한 배제하고 나와 카메라 사이에 늘 거리를 두고 촬영했다. 그러니까 마치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더 사실적이었다. 감독은 일종의 선장이라고 생각하는데 노 감독은 더할 나위 없는 선장이었다."
 
조정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예매율도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조정석의 어깨에는 부담감이 가득했다. 원톱 주인공으로서 숨길 수 없는 책임감이다. "'특종'에 아쉬운 점 없냐"는 질문에 "NOTHING(낫띵)'이고 했다. 조정석이 답한 낫띵 안에 책임감이 모두 담겨 있는 듯 했다.
 
"이게 자신감이 아니라 저의 바람이고 희망입니다. 이렇게 마음가짐을 가져야만 할 것 같아요. 200만 관객만 동원하면 어떨까 합니다. 걱정이 정말 커요. 초조하고 긴장됩니다. 제발 많은 분들이 이 재밌고 웃긴 영화를 봐주셨으면 합니다."
 
걱정스럽다고 말한 그의 눈빛에는 '내 영화는 좋은 영화'라는 자신감이 녹아있었다. 그만큼 '특종:량첸살인기'는 비수기에 개봉하기에는 다소 아까울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다. 200만 관객 동원이라는 조정석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까. 영화를 미리 본 입장으로서 그러길 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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