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과징금 사건 패소, 사건처리 지연, 불합리한 현장 조사 관행 등 무리한 조사로 사건처리 절차에 대해 비판을 받아온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대폭 개선한다.
공정위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 브리핑을 열고 조사 관행 개선 내용을 담은 사건처리절차 개혁방안(사건처리 3.0)을 발표했다.
먼저 조사 대상 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고 절차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사절차규칙'이 제정된다.
이 규칙에 따르면 조사 공문에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기재함으로써 조사 범위를 벗어나는 과잉 조사를 사전에 차단한다. 조사 범위를 넘어설 경우 기업은 조사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조사의 전과정에 변호인의 참여도 보장된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혐의를 포괄적으로 명시했을 때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조사 목적에 맞게, 인지된 혐의에 대해 조사하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설명했다.
조사공무원은 현장조사 과정 확인서를 작성해 기업으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하며 위압적인 조사나 보고 누락이 확인되면 면책이나 감봉 등의 패널티도 받게 된다.
현장조사가 끝난 뒤에는 조사 기업에 '해피콜'을 걸어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과정도 신설된다.
내부적인 통제 강화를 위한 '사건처리절차규칙'도 개정된다.
직권으로 조사를 시작하는 사건도 현장조사 시작 전에 전산시스템에 등록해야 하고 위법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처리 결과를 조사 받은 기업에 통보해야 한다.
또 사건의 빠른 처리를 위해 원칙적으로 조사 개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안건을 상정토록 했다. 다만 독점력 남용이나 부당 지원의 경우 9개월, 담합의 경우 13개월로 예외를 두기로 했다.
담당자의 부주의로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등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사건별로 처분시효와 공소시효 만료일을 전산에 입력하도록 개선된다. 특히 담합 등 형벌 부과가 필요한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정한 사건 처리를 위해 심결을 담당하는 위원에게만 적용되던 제척·기피·회피 제도는 심판부서 공무원까지 확대된다. 사건 대상이 친인척일 경우 공정성을 위해 직무에서 빠질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과징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진신고(리니언시) 제도는 허위·과장을 막기 위해 담합 가담자를 의무적으로 심판정에 출석시키고 감면 신청의 진실성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또 조사와 심결, 소송 등 사건 처리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록을 체계적으로 보관하도록 '사건기록관리 규정'도 제정했다.
신영선 사무처장은 "사건 처리 절차는 꾸준히 개선해 왔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종합적인 개선 방향을 정립했다"며 "불필요한 기업의 부담은 최소화하고 내부적으로도 투명성을 강화해 신뢰도도 높아지고 패소율도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발표한 사건처리절차 개혁방안의 기본 방향. 자료/공정거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