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시리즈전적 1승1패로 동률인 상황에서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위해 중요한 플레이오프(PO) 3차전의 승리는 2차전을 이겼던 NC가 챙겼다.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는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상대 2015년 PO(5전3선승제) 3차전서 '최고령 선발 투수'인 손민한의 역투와 지난 1~2차전과 달리 살아난 테임즈-이호준-이종욱 등의 중심타선의 좋은 활약에 힘입어 두산에 13-2 재역전 대승을 거뒀다.
이번 승리로 NC는 한 경기만 더 이기면 KS 진출 자격을 얻게 되는 유리한 고지에 섰다. 선수단의 부담도 줄어든만큼 NC에게 여러모로 절호의 상황이 왔다고 여길 수 있다. 반면 두산은 KS 진출을 위해 남은 두 경기를 다 이겨 매우 불리한 상황을 뒤집어야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NC, 3회초 4득점 재역전 통해 리드 잡아
선취점은 NC가 기록했다. 선두타자 박민우가 좌익수 뒤로 떨어진 2루타로 출루한 후 도루로 3루까지 달리며 득점 찬스를 내자, 나성범이 희생플라이로 박민우를 홈으로 불렀다.
그렇지만 두산은 역전에 성공했다. 2회 2사 이후로 최재훈의 좌중간 안타와 정수빈의 우중간 3루타로 두산은 동점 점수를 먼저 뽑았다. 이에 손민한이 허경민을 맞아 2루수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마치려 했지만 2루수 박민우의 송구 실책에 공은 1루수 뒤로 흘렀고 이때 정수빈이 3루를 떠나 홈을 밟으며 끝내 역전 점수를 냈다.
그런데 두산의 리드는 오래 가지 못했다. 실점한 1회는 물론 2회도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던 두산 선발 유희관이 안타를 잇따라 허용해 두산은 3회초 NC에게 4점을 내주며 역전을 당했다.
유희관은 박민우와 김종호의 연속 안타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 유희관은 나성범을 우익수 뜬공으로 막았지만, 테임즈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해 NC에 2-2 동점 점수를 줬다. 이에 유희관은 노경은으로 교체됐다. 다만 노경은도 계속 안타를 내줘 유희관의 승계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고, 유희관의 자책점은 2에서 4까지 올라갔다.
타선의 좋은 모습에 손민한도 힘을 얻은 듯 좋은 공을 던졌다. 결국 손민한은 2회의 실점 이후 3·5회를 삼자범퇴로 끝내는 등 실점 위기를 안 만들며 5회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두산의 '불펜 붕괴', 대패의 주원인
통상 PO에 진출할 팀이면 3~4회 당시 3점의 격차는 뒤집을 힘이 있다. 하지만 7회나 8회에 8~10점 차이일 경우 PO에 진출한 팀이라도 뒤집기 쉽지 않다. 이날 두산과 NC가 그랬다.
두산과 NC는 4~6회 아무 점수도 만들지 못하고 이닝을 흘렸다. 다음 점수를 써낸 팀은 두산에 3점 앞서던 NC다. PO 2차전 8회 1사 3루의 상황에 폭투로 인해 NC에 결승점을 내준 함덕주가 이날 또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6회 2사 이후 마운드에 오른 함덕주는 7회 선두타자 나성범과 뒤이은 테임즈를 초구 우선상 안타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함덕주는 이호준까지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다. 이호준이 몸에 맞지 않았다고 의심한 두산 벤치가 심판에게 합의판정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무사 만루 대량 실점 위기를 만든 함덕주는 오현택으로 교체됐다.
1사 만루 상황 등판한 오현택은 손시헌을 상대로 볼넷을 내주면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NC에게 점수를 건내줬다. 오현택은 아웃카운트 한 개도 못 잡은 채 진야곱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진야곱은 더욱 많이 실점했다. 모창민에게 유격수 뜬공을 유도했지만 유격수 김재호가 실책을 저질러 테임즈가 홈으로 들어왔고, 김태군에게 풀카운트 상황에서 볼넷을 내주며 밀어내기 볼넷으로 이호준에게 홈을 밟게 했다. 급기야 박민우를 상대로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내줘, NC는 7회초 이날 10점째 점수를 얻게 됐다. 점수차는 8점으로 벌어졌다.
진야곱은 8회초 여전히 마운드에 섰지만 투구 난조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테임즈와 이호준을 상대로 볼넷과 좌중간 적시타를 내주면서 무사 1, 2루 위기를 엮더니 이종욱에거 우전안타를 빼앗겨 NC에게 점수를 또 내줬다.
테임즈. 사진/뉴스1
◇10점 이상으로 벌어지는 점수 차이
윤명준이 진야곱 대신 마운드에 섰지만 두산의 실점은 멈추지 않았다. 윤명준은 첫 타자부터 타점을 허했다. 손시헌이 윤명준의 초구를 좌중간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바꾸며 이호준의 대주자인 최재원이 홈으로 들어왔고, 양팀 점수차는 무려 10점으로 벌어진 것이다.
진야곱은 노진혁의 볼넷 이후로 용덕한과 박민우를 삼진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칠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김성욱을 상대로 만루 상황에 11구 접전을 거쳐 볼넷을 내주면서 밀어내기 점수를 내줬다. 이날 총 두 번째 밀어내기 실점이다.
11점 차까지 벌어진 두산은 이미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듯한 모습이었다. 두산 팬들은 슬슬 경기장 밖에 나가기 시작했다. 전광판에서 NC 점수는 어느새 '13'을 찍고 있었다.
9회초 시작과 함께 마운드를 윤명준에서 남경호로 바꾼 두산은 3점을 홈런으로 NC에게 헌납했다. 1사 이후 최재원이 좌익수 뒷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치더니, 손시헌이 출루한 2사 1루 상황에 노진혁은 우익수 뒷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쳤다.
점수 차이가 14점으로 벌어져 역전 가능성이 0에 수렴하는 9회말, NC는 투수를 임정호에서 이재학으로 바꿨다. 두산도 1사 이후로 잇따라 대타를 내보내면서 패전을 맞았다.
결국 이날 경기는 NC의 16-2 대승으로 종결됐다. 19안타로써 맹폭한 결과로 이뤄낸 역전승이다. NC가 이날 기록한 16득점은 PO 최다득점 신기록(종전 2009년 SK와이번스 14득점)이다. 홈인 마산(창원)에서 그간 잠잠했던 NC의 타선이 이날 돋보였다.
최재원. 사진/뉴스1
◇NC, PO 기록 대거 양산…최다점수차·최다득점·최고령선발
NC는 선발 손민한이 '5이닝 3피안타 3볼넷 2실점 1자책점'으로 두산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고 승리투수의 영예에 탔다. 40세9개월19일의 나이에 승리를 따낸 손민한은 역대 PO 최고령 승리투수가 됐다. 종전 PO 최고령 승리투수는 2006년 플레이오프 4차전 당시 40세8개월1일의 나이에 승리를 따냈던 송진우 KBS N 해설위원(당시 한화)다.
이날 NC의 타선은 19안타를 몰아쳤다. 16득점 외에도 14점차 승리는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점수차다.
두산은 선발투수 유희관이 '2.1이닝 6피안타 1탈삼진 4실점'의 최악투로 조기 강판되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이후 두산 벤치는 노경은, 함덕주, 오현택, 진야곱, 윤명준, 남경호 등 불펜진을 총 동원했지만 다 무너졌고(불펜 6.2이닝 13피안타 7볼넷 9탈삼진 12실점), NC에게 불명예스러운 대역전 충격패를 당하며 쓸쓸히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9회 2사 이후 대타로 경기에 나선 두산 홍성흔은 개인통산 포스트시즌 105경기 출전으로 이 부문 신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팀의 대패로 빛이 바랬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