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일본차는 재미없다? 닛산 맥시마는 다르다!

화려한 느낌의 파격적 외관…강력한 주행성능 돋보여

입력 : 2015-10-25 오전 10:44:12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일본 자동차 브랜드는 국내를 비롯해 세계시장에서 잔고장없는 견고함과 특유의 정갈한 이미지로 사랑받아왔다. 2000년대 후반 강력한 마케팅을 바탕으로 독일산 디젤 세단들이 국내 수입차 시장을 장악하면서 패권을 내주기는 했지만, 원조 '강남 쏘나타'로 불리며 고급 세단 시장을 주물렀던 것도 일본 브랜드였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일본 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주력 차종은 안락한 세단이다. 토요타 캠리나 렉서스 ES, 닛산 알티마 등이 대표적인 예다. 때문에 '일본차는 재미없다'는 선입견 아닌 선입견이 시장에 자리잡기도 했다.
 
한국닛산 플래그십 스포츠 세단 '맥시마'. 사진/정기종 기자
독일차만큼의 화려함도 미국차 특유의 우람함도 없기 때문이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안정감을 중시하는 일본 차종은 특정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소비자가 아닌 이상 과거만큼의 매력을 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닛산이 국내 라인업에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 시장 전용 모델인 플래그십 스포츠 세단 '맥시마'를 국내 시장에 선보인 것. 아시아 국가 중 최초 출시다. 과거부터 존재했지만 우리가 알던 일본차가 아닌 그 차, 8세대 맥시마를 직접 시승해봤다.
 
외관부터 파격이 느껴진다. 과거 중후함과 고급스러움을 갖춘 점잖은 느낌의 일본 세단이 아니다. 제법 화려함을 갖추었다. 맥시마의 디자인은 지난해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스포츠 세단 컨셉트 모델을 거의 그대로 계승했다. 정식 데뷔는 지난 4월 뉴욕모터쇼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기존 세단보다 넓고 낮은 특유의 라인에 전면부 V모션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후드 부분까지 이어진 곡선은 스포츠 세단이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표현한 듯 하다. 부메랑 모양의 헤드램프 역시 역동성을 강조하는 요소다. 때문에 첫 인상은 플래그십 보다는 쿠페스럽다는 느낌이 강하다.
 
역동성을 강조한 맥시마의 외관은 확실히 기존 정통 플래그십 세단보다는 쿠페같은 느낌을 준다. 사진/정기종 기자
 
외관이 쿠페스러웠다면 실내는 어떨까. 뒷좌석은 사실상 버린다는 쿠페처럼 협소한 공간을 갖췄을까 하는 염려를 안고 실내로 들어섰다. 다행히 그정도는 아니다. 물론, 타사 플래그십 세단이 갖춘 안락함은 부족하지만 포지셔닝 자체가 스포츠 세단인 점을 감안하면 타협 가능한 수준이다. 적어도 몸을 구겨 넣어야 할 정도 이상의 공간은 확보했다.
 
쿠페 느낌의 와관을 갖춘 맥시마의 뒷좌석 공간은 다행히 쿠페스럽지는 않다. 사진/정기종 기자
 
한국닛산은 맥시마를 국내에 도입하면서 최고급 소재와 사양으로 구성된 최상위 트림 '플래티넘' 1종만 출시했다. 그만큼 실내 구성 역시 화려한 유럽 세단에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됐다는 맥시마의 운전자 중심 인테리어는 알티마와 캐시카이에 적용돼 호평받은 저중력 시트를 비롯해 동급 최초 다이아몬드 퀼팅 디자인을 씌운 가죽 시트, 보스 오디오 시스템 등 최고급 세단다운 면모를 갖췄다. GT-R과 동일하게 운전석 방향으로 7도 기울어진 센터페시아 디자인, 콘솔에 위치한 커맨트 시스템 및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등은 편의성 또한 놓지 않겠다는 닛산의 의지가 반영됐다.
 
맥시마 내부 전경. 사진/한국닛산
 
시승 구간이 비교적 한적한 코스로 꼽히는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진행된 만큼 출발하자마자 속도를 붙여봤다. 역동성을 강조된 외관 디자인은 주행성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가속 페달을 밟는 족족 시원하게 치고 다가는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안전을 위해 차량 속도 제한을 시속 230km로 세팅해두지 않았다면 끝도 없이 밟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고속 구간 코너링이나 급제동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다.
 
사진/한국닛산
 
그도 그럴 것이 닛산 스포츠카의 DNA를 이어 받았다는 맥시마의 엔진은 14년 연속 미국 워즈오토 선정 '세계 10대 엔진'에 빛나는 VQ엔진이다. 최고출력 303마력, 최대토크 36.1kg.m를 구현한다. 복합 9.8km/l(도심 8.5km/l, 고속도로 12.1km/l)라는 한 자릿수대 연비는 다소 아쉽지만 차급을 생각했을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다.
 
맥시마에 탑재된 닛산 VQ엔진. 사진/한국닛산
 
쭉쭉 뻗어나가는 주행성능이 맥시마의 전부는 아니다. 그에 준하는 안전 사양 역시 충분히 갖췄다. 앞 차량은 물론 그 다음 차량의 속도와 거리를 감지해 경고를 주는 ‘전방 충돌 예측 경고 시스템(PFCW)을 비롯해 전방 비상 브레이크, 운전자 주의 경보, 후측방 경고, 사각 지대 경고,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은 안심하고 가속 페달에 발을 얹을 수 있게 돕는다.
 
실제로 이날 시승의 부대 행사인 슬라럼 코스에서 협소한 원형 공간을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 빠져나오는데 어라운드 뷰 모니터가 큰 도움이 됐다. 운전자 시야가 미치지 않는 곳을 화면에 한눈으로 구현한 기능은 뻥 뚫린 고속도로가 아닌 좁은 마트 주차 공간이나 골목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 보인다.
 
한국닛산의 과감한 변화에 대한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다. 월 40대를 판매 목표로 잡았던 맥시마는 사전계약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초도 물량 150대를 모두 팔아치웠다. 추가 물량 공급을 본사에 급하게 요청해둔 상태다. 최근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파문으로 인해 가솔린 차량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 중이다.
 
반면, 경쟁자들 역시 쟁쟁하다. 하반기 초 출시된 한국지엠 임팔라가 승승장구 중이고 기아차의 K7도 출시가 임박했다. 부족하지 않는 상품성에 시기적 호재를 맞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맥시마가 이 같은 경쟁자들을 뚫고 순항을 이어갈지, 아니면 반짝 돌풍에 지날지 지켜보는 것도 이 차가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겠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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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