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계기업을 속아내기위해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는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은행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비올 때 우산 뺏지 말라'던 정부가 이제는 우산을 뺏으라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는 이유에서다.
은행 실무진들은 한계기업 정리 유인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센티브'에도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정부의 개입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대출과 보증으로 목숨을 부지하는 좀비기업을 상대로한 구조조정을 올해 안에 마무리 짓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TF팀은 각 은행을 대표하는 은행연합회와 이번 주 첫 미팅을 갖고 여신 심사 시스템과 관련한 세부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그냥 두면 한계에 다다른 기업을 속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정부 차원에서 은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유인책도 논의된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과 여신심사 테스크포스(TF)팀을 운영해 심사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잘하는 곳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이번 달에 논의를 시작해 오는 12월에 결론 낼 것"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한계기업 정리가 무난하게 이뤄지면 단기적으로 충당금 부담에 어려움을 겪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산 건전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16개 시중은행장을
만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해 은행권이 금융권이 거래중단 등 이른바 '우산 뺏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10월 인터뷰에서 "10월 말까지 은행들이 한계기업을 정리할 수 있도록 인센티 브를
줄 것"이라고 기존의 발언과 반대되는 말을 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은행권은 오락가락 하는 정부의 정책에 이골이 났다는 반응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민원을 담당해 주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한계기업 정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그런데 (은행이 기업에) 지원을 끊으면 민원이 엄청나게 제기되는 등 난리가 나는데 당국이 그런 일을 대신 해주겠느냐"고 반문했다.
비올 때 우산 뺏는 다고 은행들을 싸잡아서 비난했던 정부가 이제는 우산을 거두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 부담 되는 것이 뭐냐면 상반기만 해도 주로 나온 얘기가 비올 때 우산 뺏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은행이) 자율적으로 하면 잘할 수 있는데 너무 자주 기조가 바뀐다"고 지적했다.
은행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갑자기 옥석을 가려서 대출해 주라며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지금도 일하기 어려운데 (대출해준) 기업과 트러블이 더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이 한계기업을 정리하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지적도 잇따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은행들은 구조조정 부서를 두고 한계기업을 관리하고 있다. 정부가 밀어붙인다 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인센티브를 줘서 한계기업 퇴출을 유도한다고 하지만 한꺼번에 퇴출되는 기업이 많아지면 충당금이 많아져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대마불사'란 말처럼 대기업들은 (한계기업 정리) 별로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소기업에 유탄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 대기업 하나 정리하는 거 보다 중소기업 100개 정리하는 게 더 낫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차원의 가능성이 존재함을 염두에 두고 한계기업 정리는 엄격하고 투명하게 진행 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진·김동훈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