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사가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올해 임금 인상률을 2.4%에 합의하는 데 성공했지만 임금피크제 정년 연장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란 과제를 남겨뒀다.
금융권 임금피크제 도입과 청년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정책 방향이어서 다시 한번 노사간의 대립이 예고되고 있다.
26일 은행연합회와 전국금융노조 측 관계자는 내년 산별중앙교섭에서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최우선으로 논의하기로 했으나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은행별로 이미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데다 지부별 교섭도 제각각 이뤄지고 있어 공통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당초 임금피크제 안건을 꺼낸 것은 전국금융산업노조다. 금융산업노조는 임금피크제가 도입 정년이 금융기관마다 달라 하나의 공통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섭 금융산업노조 홍보부장은 "정년이 58세였을 때는 기업들이 55세로 시작해 57세로 끝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지만, 내년부터 정년이 60로 연장됨에 따라 57세에서 59세까지 적용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우리는 단일한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제각각인 기업들에 동일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장 중요한 안건은 임금 감액률과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인데 이걸 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9차 산별중앙교섭 협상장 모습. 은행권 노사는 지난 22일 12차 교섭 회의를 거쳐 임금협약을 체결했으
나 여기서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논의는 배제됐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산업노조는 이처럼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공통의 기준을 마련하자고 사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연합은 내년에 열리는 단체협상에서 따로 논의하자며 관련 논의를 뒤로 미뤘다. 대신 함께 태스크포스(TF)팀을 미리 구성해 정년 논의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내년 4월이나 5월에 단체협상이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TF팀이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남홍 전국은행연합회 사무처장은 "(금융노조는) 4월이나 5월쯤 정년 관련 가이드라인을 정하자는 안건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통의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해도 고용창출이란 과제가 남아있다. 임금피크제는 고용안정과 청년고용이란 두 가지 목적을 염두에 두고 고안됐다.
고령자의 조기퇴직을 막아 고용안정을 도모하되, 이들의 임금을 일정부문 감액해서 확보한 재원으로 청년층 고용을 늘리자는 복안이다.
전문가들은 이론대로라면 임금피크제로 기업의 인검비 부담이 줄면 청년 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노동 연구원의 오계택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기업이 신규 채용하는 데 필요한 임금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얻은 재원으로 확보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권은 공공성을 지니고 있고 청년들이 선호하는 분야인 만큼 고용에 적극적인 모습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가 실제로 고용창출과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달 초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0여 년 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해 온 다섯 개 시중은행의 채용 현황 분석 결과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430명에서 858명으로 늘어나는 동안 신규 채용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임금피크제가 곧바로 청년고용 증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은 바 있다.
현업에 종사하는 한 은행원은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해야 청년 고용이 이뤄진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임금이 감액된다 해도 정년이 늘어났기 때문에 인건비 총량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금이 현저하게 남는 상황이 아니라 청년 고용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