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루 앞둔 26일, 새누리당 친박(박근혜)계 의원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조찬 세미나를 열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역임한 ‘친박핵심’ 윤상현 의원이 주관한 이날 세미나에는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였던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대표집필자 권희영 한국중앙연구원 교수가 강연에 나섰다.
권 교수는 “현행 검정교과서는 공산주의를 은밀하게 옹호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검인정제도를 그대로 두면 우리 청년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민중혁명의 땔감’밖에 될 수 없다”며 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는 “자기 나라 역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교육받고 북한공산주의에 긍정적인 사고를 갖도록 교육받으면 나중에 일어날 수 있는 혁명의 도구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안보질서가 많이 약해진 틈을 타 민중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역사교과서 시장을 통해 (이 체제를) 파괴하고 질식시키려는 계략을 꾸민 것”이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또 국정화 반대입장을 천명한 국내 역사학 관련 단체들을 ‘한국사 카르텔’로 호칭하고 “통합진보당에는 자주적 민주주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세우겠다는 강령이 있는데 이 카르텔이 가지고 있는 이념은 통진당의 이념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거침없는 ‘색깔론’을 폈다.
구체적으로 한국역사연구회는 “학문을 빙자한 인민민주주의 정치운동 단체”,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 프레임을 무기로 삼은 반국가적, 반헌법적 단체”, 전국역사교사모임은 “학생들을 의식화시키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사 카르텔에는 자정능력이 없다. 90%는 민중사관에 오염돼 그들이 다시 집필진에 들어오면 자유민주주의는 또다시 민중사관의 숙주 노릇을 하게 된다”면서 “국정 교과서 집필에는 사회과학을 전공한 학자들, 예를 들어 정치와 경제학에서도 정치사, 경제사를 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역사 비전공자들로 집필진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아울러 권 교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총대를 멘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을 맹공하면서 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집필진에 극우를 배제한다면서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은 배제하겠다고 했고, (좌우) 양쪽에서 논쟁을 많이 했던 분들은 참여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며 “이건 국정화의 이름으로 좌편향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기관인 국사편찬위가 반역하겠다는 것이다. 가만 놔둬선 안 된다”며 “김 위원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헌법가치에 충실한 사람들을 초청해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든지 아니면 국회가 강력히 요구해 사퇴시키든지 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좌와 우의 중간에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는 절대 한 쪽을 택해야할 문제가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공산주의 체제의 중간을 선택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올바른 교과서, 정직한 교과서는 국정화로만 가능하다”며 “거짓된 선전·선동에 맞서 대한민국의 가치와 생존을 위해 우리는 싸워나가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면 이 싸움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의원들에게 촉구했다.
이러한 권 교수의 강연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용기 있는 소신”, “존경한다”며 박수를 치면서적극 호응했다.
윤상현 의원은 “의사가 병을 고쳐야 하듯이 병든 한국사 교과서를 고쳐야 한다”며 “학생들은 잘못된 역사가 아니라 올바른 역사를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우리는 이를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은 “(권 교수 발제의) 마지막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든다. 좌파들은 모든 게 허위다. 그냥 다 거짓말”이라며 “(교과서 국정화는) 허위와 진실과의 투쟁”이라고 정의내렸다.
김태흠 의원은 황우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애초에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대명제로 내걸고, 검인정 강화는 (좌파의) 카르텔 때문에 어려우니 국정화로 가야한다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야 한다”며 “교육부가 첫 대응을 잘못했으니 장관을 경질해 갈아 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모임에는 윤상현, 김진태, 김태흠, 강석훈, 노철래, 박대출, 서상기, 이주영, 이진복, 정갑윤, 정우택, 정희수 안홍준 의원 등 약 40여 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주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왜 필요한가’ 권희영(왼쪽 세번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초청 세미나에서 윤상현(왼쪽 네번째), 이주영(왼쪽 두번째) 의원 등이 권 교수의 기조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