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7전4선승제로 진행되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첫 경기 승리 팀은 홈 팀이자 정규시즌 1위인 삼성이 쟁취했다. 5점을 뽑아내는 7회말 '빅이닝'이 삼성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프로야구단 삼성 라이온즈는 26일 오후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서 두산에 8-9로 승리하면서 가을야구 우승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절호의 득점 기회를 잡아 이뤄낸 극적인 승리다.

 

 

앞서 공격 기회를 얻은 원정 팀 두산이 먼저 점수를 내며 앞섰다. 1회 1사 이후 허경민이 피가로의 3구를 비거리 120m 솔로포로 교환했다. 두산은 이어진 민병헌의 중전안타와 김현수의 좌중간 안타를 엮어 1사 1, 3루 득점 찬스를 만들고 양의지의 좌전안타로써 추가점을 뽑았다. 

 

삼성 선발투수 피가로는 초반부터 투구 난조를 보였다. 이에 두산은 2회도 3점을 내면서 경기 초반부터 5점차로 달아났다. 2회초의 두산 3득점은 1사 이후 오재일과 김재호의 연속 볼넷으로 시작됐다. 이때 정수빈이 날린 우중간 2루타가 터지며 1득점을 이뤘고, 이어진 1사 2, 3루 찬스에 허경민의 좌전 적시타로 2점을 추가로 냈다.

 

두산이 5-0으로 앞서고 하위타선을 상대하는 차례가 오자 피가로는 투구 안정을 찾았다. 3회초 두산 6~8번 타자를 범타로 잡았다. 삼성 팬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피가로의 공이 안정을 찾자 이번에는 삼성 타자들이 잇단 득점을 통해 화답했다. 3회말 삼성은 선두타자 이지영의 중전안타와 김상수의 우중간 2루타를 엮으며 이날 경기 첫 점수를 낸 데에 이어, 박한이의 중전안타로 김상수가 홈을 밟으며 또 점수를 냈다.

 

삼성은 이때 점수를 많이 만들어 두산을 뒤좇을 만했다. 하지만 삼성은 팀의 2~4번 중심 타자가 잇따라 범타로 잡혔고, 결국 무사 1, 2루 좋은 득점 찬스를 잇지 못했다.

 

앞선 1·2회와 달리 3회를 쉽게 통과한 피가로는 다음 이닝인 4회에 실점해 마운드를 떠난다. 4회 1사 이후 정수빈과 허경민이 각각 좌중간 안타와 유격수 왼쪽으로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고, 민병헌의 좌전안타로 민병헌이 홈으로 들어온 것이다. 결국 삼성 벤치는 4회 1사 상황에 '10안타 2볼넷 6자책'인 피가로를 박근홍으로 교체했다.

 

조기에 교체될 정도로 피가로의 이날 공은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의 공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삼성의 추격전이 바로 가능했던 이유다. 4회 삼성은 박석민의 비거리 105m 규모의 솔로포와 이어진 이승엽의 2루타에 채태인이 날린 우중간 적시타로 점수를 냈다.

 

 

다음 점수를 뽑은 팀도 두산이 됐다. 두산은 6회 1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선두타자 김재호의 볼넷과 정수빈의 몸에 맞는 볼에 허경민이 기록한 희생번트, 민병헌의 볼넷을 엮어냈다. 이때 타석에 오른 김현수가 중전 적시타를 날려 주자 두 명을 홈에 불렀다.

 

결국 삼성 벤치는 이날 두 번째 투수인 박근홍을 권오준으로 교체한다. 권오준은 초구에 양의지를 좌익수 뜬공으로, 뒤이은 홍성흔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으며 마운드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박수가 잇따라 쏟아졌다.

 

7회 선두타자 박한이를 우전안타로 출루시킨 유희관은 투구수가 106구에 다다랐다. 이에 두산 벤치는 마운드를 유희관에서 함덕주로 바꿨다. 그런데 페넌트레이스와 달리 플레이오프에서 급격히 부진한 모습을 보인 함덕주는 이날 경기에서 다시 커다란 위기를 엮었다.

 

함덕주는 자신의 이 경기 첫 타자인 배영섭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켜 무사 1, 2루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이때 타석에 오른 타자는 나바로. 나바로는 함덕주의 낮게 제구된 빠른 공을 그대로 올려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30m 규모의 홈런을 쳤다. 시즌 홈런 2위 나바로의 위력이 고스란히 드러난 순간이다. 홈런임을 직감한 나바로는 1루로 달려가지 않고 타구의 궤적을 바라봤고 담장을 넘기자 모든 베이스를 밟으면서 홈플레이트로 들어왔다.

 

함덕주는 최형우를 3루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박석민에게 볼넷을 내주며 출루시켰다. 함덕주가 지키던 마운드는 이승엽 타석에서 노경은으로, 채태인 타석에서 이현승으로 연이어 바뀌었다. 그런데 함덕주는 물론 믿을만한 마무리 투수던 이현승도 이날 무너졌다.

 

채태인을 중전안타 출루시킨 이현승은 다음 타자 이지영의 타석에서 폭투로써 2사 1, 2루 상황을 2사 2, 3루 상황으로 만들었다. 이지영은 내야안타를 기록했고, 1루수 실책이 겹치며 3루의 박석민은 물론 2루에 있던 채태인도 홈을 밟게 됐다. 삼성은 포수 이지영의 타석에서 예상하지 않던 동점 점수는 물론 역점 점수도 냈다. 평일 저녁답게 삼성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대구구장은 환호에 덮였다. 고개를 푹 숙인 두산 팬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두산이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는 곧바로 찾아왔다. 8회초 허경민과 민병헌의 연속 안타로 1사 1, 3루 기회를 맞은 것이다. 그렇지만 삼성 벤치는 이때 마운드의 심창민을 차우찬으로 교체했고, 차우찬은 김현수와 양의지를 삼진과 3루수 우선상 아웃 처리해, 위기를 넘겼다.

 

8회말 삼성과 9회초 두산은 모두 추가점수를 내지 못했다. 두산 이현승도 본래 모습을 되찾았고, 삼성의 차우찬은 벤치와 팬들의 믿음대로 호투를 펼쳤다. 결국 한국시리즈 첫 맞대결에서 이긴 팀은 삼성이 됐다. 

 

 

이날 양팀 선발투수는 모두 승패와 거리가 멀었다. 더불어 점수가 방증하는 것처럼 두명 모두 투구가 빼어나다 보기는 어려웠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삼성의 1선발 역할을 했던 피가로는 이날 82구를 던져 '3.1이닝 10피안타(1피홈런) 2볼넷 2랕삼진 6실점' 상당히 부진한 기록을 써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피가로의 부진에 이날 경기 삼성의 불펜 투입 시점은 빨라졌다.

 

다만 안지만과 임창용이 없어 우려를 낳은 삼성 불펜은 굳건했다. 박근홍(2이닝 1피안타 2볼넷)이 2점을 내줬을 뿐, 이후로 권오준(0.2이닝)-백정현(1.1이닝 2탈삼진)-차우찬(1.2이닝 3탈삼진)은 아무 실점이 없이 두산을 잘 막았다. 승리는 백정현이 챙겼다.

 

삼성 타선은 역전의 발판을 놓은 나바로(4타수 2안타 1볼넷 3타점)의 활약이 돋보인 가운데, 박한이와 채태인이 각각 2안타 1타점 좋은 활약을 펼쳤다. 상대 투수의 투구 난조를 틈탄 집중적인 득점이 이날 승리에 주효했다.

 

포스트시즌 들어 부진했던 두산 유희관은 이날 6회까지 침착한 투구를 펼치며 리드를 잡았다. 구속이 시속 4~5㎞정도 느려졌지만 공격적 투구를 펼치면서도 제구 부문에 신경을 썼다. 결국 그는 '6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유희관이 이전보다 나은 투구를 선보인 반면 함덕주는 부진했다. 함덕주는 '0.1이닝 1피안타(1피홈런) 1볼넷 3실점'의 부진으로 이날 두산의 패전에 결정적 원인을 줬고, 이후 마운드에 오른 이현승은 삼성의 결승점을 주며 패전 멍에를 썼다.

 

 

대구=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