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기간이 2일 종료되고 오는 5일 확정고시가 사실상 예정된 가운데, 여야의 ‘역사전쟁’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은 현행 교과서와 그 집필진에 연일 색깔론 공세를 펼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달 31일 경기도당 행사에서 “재작년 올바른 역사교과서(교학사판 교과서)를 만들어 각 학교에서 채택되기 위해 노력했을 때 우리나라에 암약하는 좌파들이 총 준동해 각종 테러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 보수우파가 단결해야한다. 이번 역사전쟁에서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김을동)도 2일 오후 보수성향의 애국단체 총연합회 임원들과 연석회의를 개최한다.
또한 5일 확정고시에 발맞춰 ‘민생’과 ‘총선’ 이슈로 국면전환에 나설 태세다. 당과 정부는 2일 당정협의를 개최해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을 논의하고, 3일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노동개혁 등을 두고 의견을 나눈다. 4일에도 서부권 철도와 4대강 지천사업 당정협의를 개최한다.
여기에 당 지도부는 교과서 문제가 일단락되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총선 관련 일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현역 여야의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공천문제와 선거구 획정문제 등을 전면 이슈화해 야당의 투쟁동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야권은 국정화 반대 대국민 여론전을 통해 정부와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일 전국적으로 ‘친일독재미화 국정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을 펼쳤다.
문재인 대표도 이날 서울 관악산에서 휴일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직접 서명운동을 벌였다. 문 대표는 “보수주의의 토대가 자유민주주의 아닌가.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역사 국정교과서를 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여권이 검인정제를 부인하고 국정교과서를 꼭 해야 한다면 보수우파가 아니고 친일과 독재의 후예들이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새정치연합은 2일에는 당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들 중심으로 세종시 교육부를 방문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그동안 취합된 반대 서명 명부와 의견 개진서 등을 전달한다.
5일에는 국회의원과 전국 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소집해 규탄대회를 갖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이후에도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원·내외 병행투쟁을 지속하고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정부의 역사교과서 행정예고 기간이 끝나기 하루 전인 1일 서울 관악산에서 ‘친일독재 미화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