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텃밭 중동, 이제는 수익성 악화 주범

저가수주 탓…프로젝트 진행될수록 손실 불어나
수주지역 다변화하고 수익성 위주 수주에 집중해야

입력 : 2015-11-02 오후 2:43:5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그동안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1번지였던 중동지역 국가들이 이제는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건설 시장 침체를 만회하기 위해 중동에서 저가로 수주한 프로젝트가 본격화 되며 손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가하락으로 중동지역 국가들의 재무상황이 불안정해지면서 공사비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10월 현재 중동지역 발주 물량도 지난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대형 건설사들도 중동 리스크를 피해갈 수 없었다. 1조5000억원의 손실로 어닝쇼크를 기록한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샤이바, 얀부, UAE CBDC 정유 등 중동지역의 대형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냈다.
 
건설부문에서 29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삼성물산(000830)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쿠라야 복합화력발전소, 영업이익이 절반으로 감소한 GS건설(006360)은 사우디아라비아 라빅2, PP12 프로젝트가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었다. 6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대림산업(000210)도 사우디아라비아 법인 영업적자가 8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건설사들은 중동지역에서 향후 인프라, 석유화학플랜트 등 대형 공사 프로젝트가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 저가수주를 통해서라도 시장을 선점하려고 했다. 침체에 빠져 있던 국내 건설시장을 만회할 수 있는 희망으로 여겼다.
 
하지만 중동국가들의 돈 줄인 석유 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공사대금을 6개월가량 유예하고 있으며, 비용 절감을 위해 발주 기간을 뒤로 미루거나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이 저가로 수주한 프로젝트에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 저가 자재를 사용하거나 판관비 등을 공사비로 전환해 사용하는 일이 현지에서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발주처에서 공사비 대금을 전부 지급하지 않으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에서도 수주산업의 과도한 저가 수주를 막기 위해 저가 경쟁을 조장하는 기업에 대해 금융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금융권의 대출이나 보증 등의 지원이 없으면 입찰에 참여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저가수주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중동지역 의존도를 낮추고 중앙아시아 등 새로운 지역에 대한 진출을 모색하고 수익성에 기반한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롯데건설, 한국전력, 한국남부발전이 함께 준공한 5억달러 규모의 요르단 알 카트라나 복합화력 발전소 전경.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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