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류석기자] SK플래닛과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올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SK플래닛이 지적한 김기사의 T맵 전자지도DB 무단 사용에 대해 록앤올측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맞서고 있다.
3일 록앤올의 박종환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SK플래닛에 대해 "결국은 김기사에 대한 흠집내기"라며 "최근 1년간 김기사의 사용자가 늘고 트래픽도 굉장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우리 서비스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종환 록앤올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록앤올측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류석 기자
지난 2일 SK플래닛은 지난 6월말부로 T맵 전자지도DB 사용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김기사 서비스가 관련 데이터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며 T맵 전자지도DB 사용 중단 및 폐기와 피해 보상금 5억원, 사용자들에 대한 안내 등의 내용을 담은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SK플래닛은 자신들이 일부러 T맵에 해놓은 방면 명칭의 오타와 동일한 김기사의 방면 명칭을 증거로 제시했다. 방면 명칭 중 '나주'에 대한 부분을 '나두'로 표시한 것 등 T맵의 명칭 정보가 김기사 앱에 그대로 반영돼 있는 것이 여러 개 확인됐다는 것이다. 방면 명칭에 대한 오타가 T맵 고유의 '디지털 워터마크(Digital Watermark)'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또 SK플래닛은 김기사 앱 안의 지도 중 T맵 고유의 표시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워터마크로 활용하기 위해 실제 존재하지 않는 명칭을 T맵 서비스 안에 넣어 놓았는데, 이 또한 김기사 앱에서 동일한 명칭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기사측은 지난 6월말 T맵 전자지도DB는 모두 삭제했으며, 방면 명칭의 오타가 동일한 부분에 대해서는 오픈돼 있는 구글지도, 정부 공개 자료 등을 참조하다가 들어갔을 수도 있고,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박종환 록앤올 대표는 "SK플래닛에서는 오타를 워터마크라고 얘기하는 게 정말 워터마크인지 의문이 가고, 상용 서비스에서 오타를 워터마크로 사용하는게 말이 되느냐"며 "오타 몇 개가 이 문제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고,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가 T맵의 오타를 찾아서 그게 우리 워터마크라고도 우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T맵 고유의 지도 형태가 김기사에서 발견되는 것에 대해 록앤올측은 "현재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 대표는 T맵 전자지도DB를 이용했던 지난 3년간 SK플래닛으로부터 부당한 이유로 수차례 지도 정보 제공 중단 협박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의 말에 따르면 언론 등에 김기사의 빠른 성장과 성과가 보도될 때마다 SK플래닛측에서는 지도 정보 제공 중단을 알려왔고, 그때마다 록앤올에서는 정보 이용가격을 올려가면서 무마해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록앤올은 정부 공개 자료와 별도로 구매한 한국공간정보통신의 지도 데이터를 이용해 자체 제작 지도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이에 대해 SK플래닛은 "그간의 벤처 지원 노력이 폄하되고 지식재산권 보호 요청이 대기업의 횡포로 왜곡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며 "본질을 벗어난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당초 계약 종료시 합의한 대로 T맵 전자지도DB의 즉각적인 교체를 재차 요구한다"고 밝혔다.
류석 기자 seokit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