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업계, 샤오미보다 화웨이가 더 무서워

입력 : 2015-11-04 오후 3:23:29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국내에서도 샤오미의 인기가 거세다. 한국시장에 공식 진출하지 않았음에도 해외직구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전기전자업체들이 더 두려워하는 곳은 따로 있다. 바로 화웨이다. 샤오미와 화웨이, 두 중국업체의 차이는 무엇일까.
 
◇샤오미, 가성비는 최고지만 기술력 약점
 
샤오미를 대표하는 수식어는 '대륙의 실수'다. 통상 중국산은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를 깨고 저렴한 가격에 수준급 성능을 구현하면서 이같은 별칭이 붙었다.  
 
샤오미는 낮은 가격에 최대한 많이 판매하는 박리다매 방식의 비지니스를 추구하고 있다. 워낙 가격이 저렴한 탓에 가성비에서는 따라올 업체가 없다. 판매대수가 많아도 영업이익률은 1%대에 불과하다.  
 
회사 설립 후 5년 간 성장 가도를 달린 샤오미는 최근 주춤하기 시작했다. 당초 올해 스마트폰 판매 목표를 1억대로 제시했지만, 지난 3월 8000만대로 낮췄다. 상반기 샤오미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3470만대인 걸 감안하면 8000만대 달성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휴고 바라 샤오미 글로벌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6월30일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샤오미 시장 진출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중국내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3분기 자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화웨이에게 내줬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도 녹록치 않다. 특허권이 샤오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해 인도에 진출하며 'Mi3'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 제품이 에릭슨의 특허 침해했다는 소송에 직면하면서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지난 5월에는 온라인을 통해 미국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특허 소송이 우려되는 스마트폰은 제외하고 헤드폰과 IT기기 액세서리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레이쥔 회장도 이 문제를 시인했다. 지난 3월 그는 "애플과 삼성의 특허가 다수 등록된 미국·유럽 등의 스마트폰 시장에 바로 진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샤오미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애플의 직관적인 디자인과 사용성을 표방하면서부터다. '애플 모방업체'라는 비아냥을 받아 온 샤오미에게 글로벌 시장에서 이같은 이미지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도 샤오미 스마트폰이 공식 출시되지 않았으며, 일부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나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제품을 사용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가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환상을 갖게 되는 것 같다"며 "휴대용 배터리나 USB 선풍기처럼 기술력을 요하지 않는 제품은 문제없지만 스마트폰은 한계가 있다는 게 실제 사용자들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통신장비·AP·단말기…화웨이 3박자 갖췄다
 
정작 국내 업체들이 신경을 쓰는 건 화웨이다. 통신장비를 뿌리로 하는 기업이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술을 자체보유하고 있고, 단말기 생산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매출은 283억달러(한화 32조8053억원)으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 성장률은 최근 5년 평균인 13%의 2배가 넘는다. 영업이익률은 18%를 기록했다.
성장이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화웨이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제품을 체험해 보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는 보급형 단말기뿐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을 강화하면서 시장 입지가 넓어진 덕분이다. 상반기 화웨이의 중·고가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대비 70% 증가했다. 총 수입의 42.9%가 중·고가폰에서 나왔다.
 
화웨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엎치락 뒤치락했던 전세계 스마트폰 3위 자리를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화웨이가 독차지했다. 이같은 기세를 몰아 향후 5년 내에 세계 스마트폰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미래에 대한 투자도 과감하다. 지난 10년간 매출액의 12% 이상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사용했으며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인도 등 전세계에 16개의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직원 15만명 중 7만명(46.7%)이 R&D 소속이다.  
  
최근에는 애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 아비가일 사라 브로디를 수석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로 임명하며 스카웃에도 적극적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LG유플러스를 통해 보급형 스마트폰인 'X3'를 출시했다. 당시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전초전의 성격이 강했다. 화웨이는 조만간 '넥서스 6P'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내 사용자들의 사후서비스(AS)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AS센터를 기존 42개에서 50개로 확대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가 만물상 수준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다보니 인기를 끌고 있지만 비지니스적으로 봤을 때는 화웨이가 훨씬 위협적"이라며 "특히 통신장비와 자체 AP, 단말기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큰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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