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토요일(7일), 제주도를 찾았다. 서귀포 화순리에 있는 공인중개사무소로 향했다. '비도 오고 주말인데 문을 연 곳이 얼마나 있을까'라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영업을 하고 있는 사무실은 많았다.
낙원 공인 관계자는 "주말이라고 문을 닫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다"며 "관광을 겸해 육지에서 투자처를 찾아 내려오는 사람도 있어서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으면 문을 열고 있는다"고 말했다.
◇상공에서 바라본 제주시내 모습. 각 종 개발 호재와 인구 유입으로 제주도 부동산값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한승수 기자
중개업소에는 노년의 여성분이 인근 땅을 막 보고 온 듯 했다. 땅이 마음에 들었지만 가격이 기대보다 다소 높다는 말을 했다. 중개사를 재촉해 다른 사람인척 전화해 다시 땅값을 확인해 보라고 한다. 중개사는 땅값만 올라갈 것이라고 만류하지만, 고객의 요청을 거부만 할 수 없었는지 다른 사람 핸드폰을 빌려 전화를 건다.
"땅 주인이시죠? 현재 그 땅이 얼마나 나와있는지요? 40만원이요? 듣던 거하고 다르네요"라는 내용의 통화를 하고 끊는다. 결국 이 일로 3.3㎡당 30만원이었던 땅이 40만원으로 올랐다.
제주도는 최근 땅값이 급등세를 보이며 꾸준히 투자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신비의 섬으로 알려진 제주는 속세의 끝판인 부동산의 섬으로 변해 있었다. 마치 2000년대 중반 서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어디서나 공사 현장을 마주할 수 있었고, 곳곳에서 사람만 모이면 부동산 얘기를 했다. 모슬포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는 동네 분들로 보이는 건장한 남성 3명이서 식사를 하며 부동산에 대한 말을 나누고 있었다.
"누구네 땅이 최근 50만원에 팔았다". "큰 돈 벌어서 좋겠다". "그 땅을 지금 왜 파나. 조금 더 두면 두 배는 더 오를텐데". 주문한 고등어조림을 언제 먹었을까 싶을 정도로 귀와 신경이 그 분들에게 쏠렸다.
제주에서 만난 중개업 관계자들은 최근 제주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 사람들은 ‘똠방’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주시 일부 도심을 제외한 부동산 현장에서는 공인중개사보다 일명 똠방이라 불리는 사람들에 의한 직거래가 활발했다. '똠방'은 '아무데고 아는 체하며 나서를 사람'을 부르는 말인데, 지역에서는 '동네에서 태어나 부동산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갖춘 사람, 현지 부동산중개인'을 부르고 있는 듯 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내에서 보기 힘들지만 시골에서는 똠방이 영업을 가장 잘 한다"라면서 사무실에 도착한 젊은 남성을 가리키며 "저 똠방은 작년에 20억원 정도 벌었을 것이다. 일종의 음성적인 거래지만 워낙 잘 아는 사람들끼리라 딱히 의심하거나 하진 않는다. 보편화된 거래인이다"고 말했다.
거래가 활발한 만큼 집과 땅 가릴 것없이 부동산이라면 폭등세를 보였다.
방송인 이효리 동네로 알려진 애월은 3.3㎡당 땅값이 최근 1000만원을 돌파했다. 이곳에서는 인기 드라마 맨도롱또똣이 촬영을 했고, 최근에는 G드레곤이 카페 몽상을 열어 더욱 유명세를 탔다. 이효리가 오기전 이 일대 땅값은 30~50만원 선이었다고 한다. 서울 건설사에서 근무 중 제주로 발령이 난 공모 씨(남·38)는 "투자할 목적으로 요즘 유명하다는 애월쪽의 땅값을 알아보러 갔는데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다른 지역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제주 화순항 인근 해안가 땅은 마리라항 개발 계획과 함께 가격이 3배나 급등값다. 사진/한승수 기자
인근 화순항 인근의 해안가 땅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해 말 현장 방문시 3.3㎡당 100만원 정도였던 땅값이 최근 300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이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양모 씨(여·66)는 "화순항이 마리나항으로 개발된다는 소식이 들리며 최근 땅값이 크게 올랐다"라며 "몇 달 사이 3배나 올랐지만 팔 생각은 없다. 여기는 아직 더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노형동, 연동 등 이미 도시화가 상당히 진행된 제주시는 아파트값 폭등에 대해 희비가 엇갈리고 있었다. 집 값 상승이 반갑지만 같은 규모의 집으로 이사를 하려면 남는 돈이 없어서다는 것이다. 분명 올랐지만 오른 것 같지 않다. 한 씨는 4년 전 제주의 강남으로 불리는 노형동에 1억6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했다. 현재 이 아파트는 4억원까지 올랐다.
한모 씨(남·44)는 “많이 올랐다고 해서 마냥 좋아만 할 수 없다. 비슷한 규모로 이사를 가려면 이 돈이 그대로 들어간다. 다주택자나 외지에서 온 투자자들이 많이 벌었지 집 한 채 있는 우리는 번 돈이 없다"고 씁쓸해 했다.
한 중개업자는 "제주도는 지금까지 이렇게 땅값이 뛴 적이 거의 없다. 지금까지 숨 죽였던 부동산값이 이제야 정상화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개발이 한창이고 인구 유입도 꾸준해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여기 중개업자들은 돈 있음 자기가 먼저 무조건 사지 남 안준다"며 현재 제주 부동산에 대해 설명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