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30일 서울 한남동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011780) 전 회장의 자택을 찾았을 때, 그는 여전히 집을 비운 상태였다.
초인종을 누르자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회장님은 계시지 않고, 어디 계신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지난 28일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이사회에서 박찬구 전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결정한 이후, 박찬구 전 회장은 집을 나와 서울 모처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직에서 사실상 축출된 박찬구 전 회장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박 전 회장은 현재 머물고 있는 모처에서 이사회의 해임안을 무효화하는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이사회 해임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박삼구 명예회장도 긴급기자회견 때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만일 형제간 갈등이 법적 소송까지 갈 경우, 대우건설 매각 등 어려운 문제에 직면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더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많다.
일부에서는 박찬구 전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를 소집해 자신의 해임건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의장이 박 전 회장을 해임시킨 박삼구 명예회장이기 때문에, 이사회 소집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또 박 전 회장과 아들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이 지분을 추가 매입하고 우호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박찬구 전 회장 부자의 지분은 18.47%로, 박삼구 회장 부자의 11.77%와 조카 박철완, 박재영의 각각 11.76%, 4.65%를 합한 28.18%에는 미치지 못한다.
박 전 회장 부자가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해 얻은 400억원에 700억원을 더 보탠 1100억원으로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샀기 때문에, 지분을 추가로 살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른 지주들이 박 회장의 편을 들어줄 지도 불확실하다.
지주회사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대주주인 박삼구 명예회장이 박찬법 새 회장을 뒤에서 밀어주는 만큼 전문 경영인 체제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소송 등 어떤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매각 등에 실패하는 최악의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토마토 김현우 기자 Dreamofan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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