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후반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이모(37세·여)씨는 연말정산 미리보기를 써보고 놀랐다. 지난 9월까지 카드 사용액과 소득자료를 이용해 올해 미리 받을 수 있는 환급 예상금액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씨는 "연말정산 때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서 속이 상했는데 클릭 몇 번만으로 결과를 예상할 수 있어 좋다"며 "다만, 환급액이 예상보다 너무 많아 실제 연말정산 결과가 다를까봐 조금 불안하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납세자가 연말정산때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홈택스 홈페이지에서 클릭 몇번 만하면 국세청이 알아서 자동계산해서 예상세액까지 알려주는 '편리한 연말정산'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수수료를 내고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우리는 국세청이 무료로 제공해주는 것이다. 특히, 1~9월 정산자료가 미리 제공되면서 남은기간 환급을 더 받으려면 어떤 절세계획을 세워야할지 조언까지 제공해준다. 다만, 이전과 다른 방식이다보니 미리 숙지해두는 편이 좋다. 아울러 연말정산시스템이 챙기지 못하는 환급노하우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연말정산미리보기 사용해보니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에서 공인인증서를 통해 로그인해야 한다. 미리보기 서비스는 크게 세 단계로 이뤄져있다. 먼저 첫번째 단계에서는 국세청이 1월부터 9월까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액과 소득자료를 이용해 내년에 받을 수 있는 소득공제액을 안내하고 있다.
2단계는 연말정산 예상세액을 계산하는 단계다. 2014년 지급명세서와 1단계에 미리 채워 제공된 근로자는 이를 토대로 공제 항목을 올해 상황에 맞게 수정할 수 있다. 물론, 이때 예상금액과 연말정산과 차이가 날 수 있다. 마지막 단계가 제일 중요한데 항목별 절세팁과 소득공제시 유의사항을 안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용카드 사용량이 적어 공제액이 적을 경우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연금 저축 납입액을 늘리라는 절세 방법이 제공되는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액 많은데 절감세액 '0'원
각 단계별로 항목에 작성하다보면 막히거나 궁금한 사항이 생긴다. 우선 신용카드 사용액이 많은데 절감세액이 '0'원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는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공제액 기준인 총 지급액 25%에 미달하는 경우다. 일부 사용자는 9월까지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을 11월에 제공하다 보니 절세 팁을 제공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이에 국세청은 "신용카드 공제 한도인 총 급여의 25%를 채우는 데 일정 기간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내년부터는 10월부터 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3단계에서 연말까지 얼마를 더 사용하면 공제를 더 받을 수 있다는 조언은 세금을 위한 절세 팁이라는 것을 명심하는 게 좋다. 한국 납세자연맹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소비한다는 전제하에 체크카드나 현금이 세금 환급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세테크 팁"이라며 "세금환급을 더 받기 위해 소비를 더 많이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2단계에서 예상 납부세액을 확인할 때 지난해보다 너무 많을 경우 같은 페이지 지난해 공제내역을 클릭하면 어디서 어떻게 많이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환급 세액이 너무 많을 수 있는데 이는 평소 월급에서 뗀 세금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는 지난 7월 세법 개정에 따라 매월 내는 세금을 기준 금액의 80%, 100%, 120%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 기준에 맞춰 현재 납부비율보다 낮은 비율을 선택한 근로자는 평소에 내는 세금이 줄면서 환급세액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하는 게 좋다.
의료비·월세·맞벌이..환급 더 받으려면
연말정산시스템에서 커버하지 못하는 세제혜택도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부양환자 중 암 환자나 난치성 질환, 중증환자가 있는 경우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세법상 장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 보험설계사는 "암 또는 중증 환자가 있는 경우는 기본공제는 물론, 200만원 추가로 의료비공제도 가능한데 모르는 분이 많다"며 "암 수술한 경우 병원에 가서 세금증명용 장애인 증명서를 떼달라고 한 뒤 제출하면 환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월세도 공제가능하다. 월세소득 공제는 월세액의 10%를 소득에서 공제해주는데 주의할 점은 주민등록주소를 월세사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월세를 지급할 때도 계약한 집주인 통장으로 돈을 송금해야 입금이 되므로 평소에 계좌관리를 해놓는 편이 유리하다. 대우증권 세무컨설팅 관계자는 "보통 집주인들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제3자의 명의로 돈을 받는 경우도 있고 집 계약을 할 때도 사실상 월세 공제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집을 월세를 놓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근로소득자들은 환급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정산시스템에는 포함되어있지 않지만 학원비와 교복비, 안경비도 공제받을 수 있다. 평소에 안경이나 교복을 구입할때 영수증을 반드시 챙겨두도록 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소득이 큰 쪽에 자녀교육비와 의료비, 보험료 납부 등에 따른 공제를 적용하는 것이 절세혜택이 크다. 소득이 높을수록 부담세율이 높게 적용하므로 연말정산시 세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임창연 현대증권 세무전문위원은 "부양가족이 많거나 개인연금저축을 많이 하는 경우 소득공제를 나누어서 맞벌이 부부의 납부세액을 낮추는 것이 절세 전략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의 절세 팁은 연말정산 미리 보기서비스에서 내년 1월 15일부터 제공될 예정이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