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사거리에서 삼성동 삼성교를 가로지는 도로. 1997년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 시장이 서울에 방문해 자매결연을 맺은 것을 기념해 이름이 붙여진 곳. 바로 테헤란로입니다.
이곳은 시청 및 광화문권역(CBD), 여의도권역(YDB)와 함께 국내 3대 오피스밀집지로, 우리의 경제상을 반영하는 곳 중 하나인데요.
2000년대 건설 부흥기 테헤란로에는 국내 유수의 건설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죠. 테헤란로의 한쪽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강남역에는 업계 1위 삼성물산이 있습니다. 다음역인 역삼역에는 풍림산업이 있었고, 선릉역에는 센트레빌을 내세운 동부건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강남역과는 반대편 끝이 삼성역은 포스코건설을 출퇴근하기 위한 지하철역이었죠. 지금 이들은 어떤 상황일까.
포스코건설은 송도 개발을 이끌기 위해 인천 연수구로 이전했죠. 요즘 포스코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더샵보다 비리 건설사로 더 유명하죠. 현 정부의 대표적인 사정 타겟으로, 베트남 법인의 비자금 100억원 조성 혐의는 그룹 전체로 확대되기도 했죠.
대치동 센트레빌 등 굵직한 랜드마크 아파트를 지어왔던 동부건설은 현재 법원의 관리를 받으며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죠. 지난해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산업은행이 이를 거부, 법정관리에 들어갔는데요. 지난 2013년 테헤란로 시대를 마감하고 용산으로 터를 옮겼습니다.
풍림산업은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유동성 위기 지속으로 2012년에는 법정관리를 받았죠. 법정관리를 11개월 만에 졸업한 풍림산업은 아직 테헤란로에 남아 와신상담하고 있습니다.
래미안이란 브랜드만으로도 재개발·재건축을 싹쓸이했던 삼성물산은 테헤란로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상일동과 판교 중 어디로 가느냐만 남았죠. 현재는 판교가 유력해 보입니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체제로 전환되면서부터 뒷말이 무성하죠. "한국의 스티브잡스를 꿈구는 황태자에게 건설은 눈 밖 관심사다", "물산 때문에 삼성타운은 1년 내내 철거민 시위가 열린다. 불편해 하신다" 등등 업계에서 들은 농담같은 말들. 업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체재 이후 삼성물산 건설부문 정리설이 끊임없이 재기되고 있는 이유가 정말 있을까요?
테헤란로와 가장 가까운 우면산은 소가 잠을 자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누군가 풍수지리상 깨고 부수는 건설업은 소를 깨울 수 있어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강남대로에는 반도건설과 호반건설은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꼭 맞는다고 할 수 없지만…테헤란로에서 건설사들은 잔혹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