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는 좋게 하면서도 더욱 나은 성능을 내기 위한 엔진 다운사이징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친환경과 연비 효율성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며 그동안 중소형차 위주로 적용됐던 엔진 다운사이징이 중대형차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엔진 다운사이징이란 자동차 엔진의 배기량을 줄여 연비를 좋게 하면서도 터보차저나 연료 직분사 방식 등의 기술을 결합해 낮은 배기량의 엔진이 보다 높은 등급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는 고연비·친환경차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각국이 배기가스와 연비 측정 기준을 강화하자 엔진 다운사이징을 경쟁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3.3L 터보 엔진 장착 모델이 출시될 제네시스 EQ900의 렌더링 이미지. 사진/ 현대차
현대차(005380)는 다음달 출시되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번째 모델인 EQ900(해외명 G90)에 3.3L V6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T-GDI) 차량을 출시한다. 이전 모델인 에쿠스에는 터보 모델이 없었다.
현대차에 따르면 EQ900의 3.3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의 힘을 낸다. 함께 출시되는 3.8 GDI 모델(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40.3kg.m)보다 배기량은 작지만 오히려 더 좋은 힘을 내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3.3 터보 엔진 탑재 모델 출시를 통해 전담 기사가 주로 운전하는 차로만 각광받았던 기존 초대형 고급 세단의 단점을 보완하고 운전자가 운전의 재미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터보 모델은 올해 많은 차량이 국내에 출시된 상태다. 현대차는 2016년형 쏘나타에 1.6 터보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출시했다. 또 르노삼성은 SM5 노바 TCE 모델에서 배기량이 1.6L급으로 낮아졌지만 터보를 장착해 출력과 토크, 연비를 개선했다.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된 렉서스 IS200t. 사진/ 렉서스 코리아
수입차 업계에서도 잇따라 엔진 다운사이징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렉서스는 두 번째 가솔린 터보 모델인 IS200t를 최근 출시했다. IS200t는 스포츠 세단 IS에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모델이다. 이 차는 기존 IS 250의 다운사이징한 것으로 최고출력은 동급 최고 수준인 245마력이고,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지녔다.
포드도 대형 SUV 올 뉴 링컨 MKX를 출시하며 2.7L 트윈터보 에코부스트 엔진을 탑재했다. 이전 모델 배기량이 3.7L였으나 배기량을 낮추는 대신 터보를 장착해 연비와 힘을 모두 개선했다. 포드코리아는 특히 이 엔진이 수동 변속이 가능한 패들 시프트가 포함된 ‘6단 셀렉트 시프트 자동 변속기’와 함께 맞물려 높은 운동 성능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엔진 다운사이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 층의 수요와 함께 고효율·친환경이라는 자동차 업계의 주된 화두가 맞물리고 있어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클린 디젤이 허구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엔진 소형화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고연비, 고출력을 동시에 달성할 가장 현실적인 기술”이라면서 “특히 친환경도 중요하지만 운전의 재미도 포기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에 터보를 장착한 엔진 소형화는 향후 출시될 대부분의 신차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7L 트윈터보 에코부스트 엔진이 장착된 올 뉴 링컨 MKX. 사진/ 포드코리아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