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15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자신과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을 원래 직위로 복직시키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DJ코퍼레이션은 지난 15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 겸 거처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서 있었던 세 부자 간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신 총괄회장이 이같이 발언했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신격호·동주·동빈 3부자는 지난 3일 신 총괄회장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병실에서 만난 뒤 신 총괄회장의 생일을 맞아 12일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SDJ 측은 이날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이사회를 마음대로 움직여서 나를 그만두게 한 것이 맞느냐"고 추궁했고, 이에 신동빈 회장은 "죄송합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에게 1주일의 기한을 주면서 자신과 신동주 전 부회장을 원위치로 돌려놓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SDJ 측은 강조했다.
이후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본인의 요구사항에 대한 확인각서를 받으려 하자 신동빈 회장은 "나는 사인하기 싫다"고 말한 뒤 집무실을 나가버렸다는 것이 SDJ 측 주장이다.
대화 공개 이유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에 대한 신 총괄회장의 분노가 워낙 크고, 본인이 이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측은 "고령의 아버님을 모시고 가족간의 대화가 어떤 환경에서 이뤄졌는지 앞뒤 맥락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설사 그런 말을 나눴다고 해도 어른을 예의로 모시는 대화를 가지고 상법상의 절차로 확대하는 것은 기업과 가족 간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좌측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뉴스1)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