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시도민 축구단) 축구 선수들 연습 조금 덜 해도 됩니다. 그 시간에 시민들 찾아가서 지역사회에 밀착해야 합니다. 성적이 아니라 관중에게 초점을 맞출 때입니다. 시도민구단은 정말 죽기 살기로 영업해야 합니다."
신문선(57) 명지대 교수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국내 시도민 축구단을 향해 충고했다. 신 교수는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신안산대 국제홀에서 열린 '2015 한중일 축구산업 포럼'에서 "제가 경기인 출신임에도 말씀드리는데 시도민구단은 성적이 모든 것이란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신문선 교수 발표 앞에는 ▲J리그 현황과 미래(무라이 미츠루 J리그 연맹회장) ▲J리그 시민구단의 성공전략(우미노 가즈유키 J리그 반포레 고후 회장) ▲중국축구의 현재와 미래(퉁후이민 항저우 그린타운 사장)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흑자 운영과 지역사회 공헌을 강조하는 J리그의 사례가 전해졌으며 정부차원에서 축구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의 방침도 소개됐다.
이에 신문선 교수는 "J리그보다 10년 먼저 출범한 K리그는 항상 위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면서 "J리그, 중국, 스페인 등 해외 리그 벤치마킹도 좋지만 K리그는 너무 다른 현실에 빠져있다"고 기본적인 구조적 문제점을 꼬집었다.
신 교수의 지적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며 정치권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시도민구단의 뼈대로 향했다. 뿌리부터 불안한 경영 환경이 낙하산 인사로 연결되는 동시에 각종 인사 청탁과 지역 정치논리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를 낳는다는 것이다.
신문선 교수는 "돈을 벌고 관중을 모으고 영업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시도민구단 사무국이 개편돼야 한다"며 "그래야 각종 인사 청탁과 정치논리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K리그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국내 시도민구단은 지역 정치권에서 집행하는 예산에 의존한다. 그마저도 구단 매출액 대비 운영비가 기형적으로 치솟아 해가 거듭될수록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시도민구단 사장은 시의회에 불려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며 정치권으로부터 들어오는 각종 불합리한 관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감독과 선수 영입에 대한 압력마저 흘러나오는 형편이다. 구단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지원이 끊기는 등의 보복행위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마케팅 관계자는 "시도민구단의 현실을 따진다면 사실은 마케팅이란 개념부터 성립할 수 없다"며 "심지어 우승을 해도 선수단 성과급까지 탈탈 털고 나면 구단 직원은 사실 뭐 하나 챙겨가는 것도 없다"고 털어놨다.
한 스포츠 에이전트는 "전 세계를 보더라도 우리가 딱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 구단이 아닌 이상 흑자를 내는 게 쉽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국내 시도민구단의 형편은 분명히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축구장 안팎의 시선도 비슷하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첫째는 시도민구단이 지자체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자체장 선거 이후 전리품처럼 구단에 낙하산 인사가 내려온다"며 "당연히 이런 인사들은 전문성도 없을 뿐더러 구단의 장기 발전을 위해 도움도 안 된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인데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어 실천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법을 찾기 위한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프로축구연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축구산업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구단 마케팅 실무자를 대상으로 각종 포럼도 꾸준히 열고 있으며 각 구단의 사회공헌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달영 변호사는 "시민들의 축구단 후원금을 기부금으로 처리해서 세금 공제를 해주자는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구단들의 법인세 감면 같은 의견도 있었는데 일단은 논의가 더 필요한 것 같다"며 "관중 유치를 위해 금요일 야간 경기를 시도하는 등 궁극적인 목표인 수익 창출에 앞서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신안산대 국제홀에서 열린 2015 한중일 축구산업 포럼에서 'K리그 시도민 구단, 구조부터 고쳐라'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신문선 명지대학교 교수. 사진/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