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이 야구 국가 대항전 '프리미어12' 첫 대회에서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우승은 준결승전·결승전 모두 상대팀 국적 심판이 배정되고, 경기일이 주최국인 일본의 요구에 따라 바뀌는 등 대회 운영이 석연치 않았던 가운데 일궈낸 결과라 더욱 뜻깊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21일 일본 도쿄돔서 열린 미국 상대의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선발투수 김광현의 무실점 호투와 4회초 한꺼번에 5점을 만드는 타선의 집중력에 힘입어서 '8-0'으로 실점없이 완승하고 대회의 우승 국가로 기록됐다.
WBSC로 개편된 후 시작된 프리미어12는 올해가 첫 대회다. 이로써 한국은 이 대회를 첫 우승한 나라로 길이 남게 됐다.
한국은 1회부터 점수를 냈다. 선두타자 정근우는 미국 선발투수인 세고비아의 공이 가운데로 몰려오자 이를 놓치지 않고 안타를 쳤다. 정근우는 빠른 발로 도루로 2루까지 달렸고 이때 다음 타자로서 타석에 오른 이용규가 2루타를 기록하며 쉽게 한국의 점수가 나왔다.
다만 한국은 이대호의 볼넷과 박병호가 얻어낸 몸에 맞는 볼로 1사 만루 득점 찬스를 만들고도 손아섭의 병살타로 멀찌감치 달아나지 못했다. 한국은 2회초 2사 3루의 찬스도 아깝게 날렸다.
그러나 3회 한국은 다시 점수를 냈다. 1회 타점을 냈던 이용규가 볼넷으로 출루하고 다음 타자인 김현수가 초구를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연결해 이용규가 홈으로 들어왔다. 미국 벤치는 이날 1·3회 연신 실점한 팀의 선발투수 세고비아를 끝내 파운더스로 교체했다.
그렇지만 파운더스를 상대로도 한국은 점수를 뽑았다. 오히려 바뀐 파운더스에게 세고비아보다 많은 점수를 얻게 됐다.
3회 무사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파운더스는 이대호를 유격수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잡아냈고, 박병호를 삼진으로 아웃시켰다. 손아섭은 11구 접전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황재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미국은 이 때까지 역전의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파운더스는 4회 1사 이후부터는 급격히 흔들렸다. 김재호를 2루타루 내보내고 정근우에게 안타를 빼앗기더니 이용규는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다. 결국 김현수를 상대로 우익수 방향으로 빠진 2루타를 내주면서 2점을 빼앗겼다.
4회 한국의 득점은 아직 점추지 않았다. 이대호가 삼진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아직 2사 2, 3루 득점 기회가 남았고 이때 박병호가 좌익수 뒷 담장을 넘어가는 대형 홈런을 쳤다. 한국은 4회에 무려 5점을 내면서 순식간에 7-0으로 달아났다.
타선이 맹타로 연이어서 점수를 만드는 가운데 마운드의 김광현도 호투로써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 대표팀에게는 이날 김광현의 호투가 승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고 김광현에게는 지난 경기에서 보여줬던 아쉬운 모습을 설욕하는 호투였다.
김광현은 이번 한국 대표팀에서 국제대회 출전경험이 가장 많은 투수라는 타이틀과 달리 지난 경기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8일 일본 상대 개막전(2.2이닝 2실점)과 15일 미국 상대 예선전(4.1이닝 2실점) 모두 승리의 요건인 5회도 버티지 못했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패한 경기는 모두 김광현의 등판 경기'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그러나 김광현은 이날 실점없이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72구를 던진 이날 그의 기록은 '5이닝 4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김광현의 호투 덕택에 이날 불펜은 일찍 가동되지 않아도 됐고 부담감도 매우 적었다. 타자들이 엮은 '좋은 기운' 또한 끊어지지 않았다.
한국은 6회부터 불펜의 투수들을 차근차근 가동했다. 임창민(1이닝 1볼넷 2탈삼진)-차우찬(1.1이닝 1피안타 2탈삼진)-정대현(0.2이닝 1볼넷 1탈삼진)으로 잇따라서 던진 가운데 미국 타자들은 출루를 해도 2루를 밟지 못했다. 당연히 점수는 나오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마지막까지 포기를 않는 경기로 9회초 1점을 더했다. 민병헌과 오재원이 안타와 볼넷으로 연이어 출루하고 김재호가 안타를 치면서 만든 2사 만루 절호의 찬스에 정근우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점수를 냈다. 다시 이어진 2사 만루의 득점 찬스에 이용규가 삼진으로 아웃돼 대량 득점을 이루지 못했던 점은 아쉬웠다.
미국은 9회말 5~7번 타자가 타석에 올랐다. 하지만 한국의 마무리 투수로 오른 조상우는 손쉽게 삼자범퇴로 마무리했고 대회의 마지막은 벅찬 감격으로 종결됐다.
야구 국가 대항전인 '프리미어12' 승리하고 기뻐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 사진/뉴시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