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LG전자가 올해 들어 거듭된 피인수설에 시달리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실적 악화다.
회사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소문이 계속되는 것은 최근 재계에 사업구조 개편과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실적이 부진한 LG전자에도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SK그룹의 LG전자 인수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를 통해 SK텔레콤과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부문과의 사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LG전자로서는 SK하이닉스를 통해 영위하지 못한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는 효과도 있다는 게 시나리오의 큰 맥락이다.
LG전자는 이에 대해 즉각 부인했고, SK도 CJ헬로비전 인수 발표 이후 추가적인 인수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아예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전방위적인 행보를 보이며 사업 확장 및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SK그룹 내에서 통신과 반도체가 주력 사업이기 때문에 이 부문에서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LG트윈타워. 사진/ 뉴시스
LG전자 피인수설이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증권가에는 "구글이 LG전자 지분 35%(약 2조5000억원 규모)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구글이 LG전자 지분을 인수해 지주사인 ㈜LG를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를 것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1분기 기준 LG전자 지분은 ㈜LG 33.7%, 국민연금 7.4%, 우리사주 조합 1.1%이며 나머지 56.5%는 소액주주가 보유 중이다. ㈜LG를 제외하면 주식을 대량보유하고 있는 주체가 없기 때문에 소문대로라면 ㈜LG가 가진 LG전자 지분을 넘겨야 한다. 사실상 LG그룹이 전자사업을 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모양새가 된다.
루머가 퍼진 이후 LG전자 주가는 한 때 15%까지 급등했다. 이에 회사측은 루머를 공식 부인했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도 7월22일 열린 세탁기 출시 간담회에서 "(구글의 LG전자 인수설은)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소문은 구글과 LG전자의 공고한 협력관계 때문에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양사는 지난 2012년 TV사업에서의 협력을 시작으로 LG전자 스마트폰에 구글의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했으며, LG전자가 구글 스마트폰인 '넥서스'의 제조를 담당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기기 기기 시장의 주도권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양사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고 시장은 본 것이다.
이처럼 LG전자가 잇따라 루머에 시달리는 건 실적 악화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프리미엄과 중저가 제품군 어디에서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2년 여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TV와 가전부문의 경우 시장 자체가 정체 국면에 접어 들면서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다. 최근 자동차 부품에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 투자 단계인 탓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룹 내 위상도 떨어졌다. 최근 LG전자는 계열사 시가총액 순위에서 LG화학, LG생활건강, ㈜LG, LG디스플레이 등에 밀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더 이상 ㈜LG의 주력사는 LG전자가 아닌 LG화학이라는 시각이 업계에 퍼지고 있다"며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내로라하는 전기전자업체가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휘둘리는 것, 그리고 여러 차례 피인수 대상으로 언급되는 것 자체가 치욕"이라고 말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