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비교적 수익률이 높은 파생결합증권의 인기가 높다. 그러나 상품을 발행하는 증권사들이 헤지(위험 회피)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 운용 규모도 늘리고 있다.
이러한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헤지 관련 채권 비중은 단기간내 직접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금융 스트레스 상황 발생시 증권사의 자금 조달 문제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증권사의 유동성 조달 애로는 지급결제실패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는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까지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파생결합증권 발행 및 헤지 운용 주체인 증권사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한국은행과 감독당국도 시장내 내재된 잠재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파생결합증권(ELS, DLS) 발행·헤지 운용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정기예금 등 기존 금융상품의 대체 수익원으로 주가·금리 등의 기초자산 가격 변동과 연계해 손익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 상반기 중 파생결합증권 발행액은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고, 발행잔액은 9월 말 기준 96조3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파생결합증권의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다.
파생결합증권이란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과 연계해 미리 정해진 지급조건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금융투자상품으로,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이자율, 신용, 실물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기타파생결합증권(DLS) 등이 있다.
발행시장에서 ELS는 상대적으로 제시수익률이 높은 원금비보장형 발행이 많지만, DLS는 원금 보장형 상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ELS는 제시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2개 이상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한 상품발행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DLS는 금리연계형 상품 위주여서 단일 기초자산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하는 증권사들이 소비자에 제시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유동성, 저신용등급 채권 보유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보유한 AA등급 이하 채권의 비중은 2010년 말 31.4%에서 2015년 3월 말 47.7%로 확대됐다. 반면에 AAA등급 채권 비중은 같은 기간 43.2%에서 25.8%로 하락했다.
특히 최근에는 증권사들이 금리가 높지만 위험도가 높은 비은행금융채의 비중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은행채 보유 비중은 2010년 말 23.8%에서 2015년 3월 말 12.5%로 감소한 반면, 여전채 등 비은행금융채의 비중은 같은 기간 17.7%에서 22.1%로 증가했다.
고경철 한은 금융결제국 결제리스크팀 과장은 "현재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헤지 관련 채권중 국채, 통안증권 및 AAA등급 채권비중이 높아 중소형사 중심의 낮은 신용등급 채권비중 상승과 비은행금융채 편입 증가 등은 단기간내 직접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고 과장은 "저유동성·저신용등급 채권 운용이 더욱 확대될 경우 금융 스트레스 상황 발생 시 증권사의 유동성 조달 애로에 따른 지급결제실패로 이어지고, 종국적으로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증권사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한국은행 및 감독당국도 시장에 내재된 잠재리스크 요인을 분석하고 리스크 축적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 과장은 "개별 증권사는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해 전사적으로 채권 운용실태 및 적절한 결제유동성 확보 가능 여부 등에 대한 상시적인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한국은행은 지급결제시스템 안정성 확보를 위해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 및 헤지운용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결제관련 유동성리스크 등에 대해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제공=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