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 인수, 정부정책 기조 바뀌나

미래부 "기존 정책 재검토해야"

입력 : 2015-11-23 오후 4:45:56
SK텔레콤(017670)CJ헬로비전(037560)의 인수합병 결정으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통신시장 정책들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이 결합돼 더욱 위협적인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등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며, 이미 요금인가제 폐지 여부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정부는 ‘가계통신비 경감’이라는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지난 1년 간 적극적인 통신 정책들을 펼쳐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시행했고, 19년 만에 이통 3사 가입비를 조기 폐지했다. 이후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 LTE 기반 음성통화(VoLTE) 전면 상용화 등이 이뤄졌고, 알뜰폰 시장도 정부 지원책에 힘입어 대폭 성장했다. 결과는 불확실하지만 제4이통 사업자 선정과 요금인가제 폐지에 대한 정부 의지도 확고하다.
 
이들 정책의 목표는 ‘경쟁 활성화’로 모아진다. 정부는 통신시장의 고착화된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고 요금과 서비스 경쟁을 촉진해 시장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해 왔다. 지난 5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는 이같은 방향을 종합한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으로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1년 동안 추진해 온 정책들을 재검토해야될 판”이라며 “통신과 방송시장이 말 그대로 융합되면서 상당히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합병 인허가 자체를 막기는 어렵겠지만 정부 입장에선 경쟁상황평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해질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결정으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통신시장 정책들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장 난처한 점은 그렇게 억제하고자 했던 SK텔레콤의 독점적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게 됐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무선시장 점유율은 현재 49.6%에서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가 더해지면 51.1%로 올라간다. 유선시장 23개 권역에서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점유율이 합쳐지면 유료방송은 60% 이상, 초고속인터넷은 4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무선시장 지배력 전이가 다시 논란이 되면서 경쟁사들의 강한 반발이 시작됐고, 국회 통과를 기다리던 요금인가제 폐지도 안갯속에 놓였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법안소위에서 최재유 미래부 2차관은 “이번 인수합병 건으로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공정위와 미래부 심사에서 지배력 남용이 없도록 검토할 것”이라며 요금인가제 폐지 별도 논의를 요청했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같은 지배력 전이 이슈는 기껏 잠재워놓은 결합상품 논란에도 다시 불을 지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결합판매 가이드라인이 마련된지 약 석 달 만이다. SK텔레콤이 이미 CJ헬로비전 415만 미디어 가입자를 활용한 결합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을 밝힌 만큼 결합상품 시장에서의 공정성 확보 방안도 재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의 대안으로 등장해 단기간에 급성장한 알뜰폰 시장도 당혹스러워졌다. 알뜰폰 1, 2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가 나란히 SK텔레콤 우산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대기업 및 이통 자회사 과점 방지책 등을 내놓으며 겨우 시장을 키워놨는데 미래부 성과가 물거품되게 생겼다”며 “이번 인수합병은 방송·통신시장의 산업 전반을 뒤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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