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결성한 '여신심사 선진화 테스크포스(TF)'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킥오프 미팅을 가진지 한달이 지났지만 좀비기업을 정리하는 은행에 패널티를 주지 않겠다는 내용 외에 나온 것이 없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당국이 산업 이슈를 금융권으로 끌고와 실효성 없는 대책만을 늘어놓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주 내로 은행 '핵심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와 관련한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이 도출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은행권이 여신심사 선진화 TF를 구성하고 지난달 28일부터 대화를 시작했으니, 지난 한 달 동안의 결과물이 나오는 셈이다.
그 세부 내용으로는 좀비기업을 정리하는 은행과 지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KPI 평가 방식을 개선하는 안이 담길 전망이다. 지점이 대출해 준 기업이 좀비기업으로 판명나고 자금 지원을 끊는다 해도, 해당 지점의 영업점수가 깍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개혁 추진현황 및 향후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행권 관계자는 "한계기업으로 지정해도 은행 KPI에 불이익 당하지 않게 하겠다는 방침이 나온 상태"라며 "이번주 안에 KPI와 관련된 사안이 조율되겠지만, 여기서 특별한 얘기가 나올 것 같지 않다"고 귀띔했다.
KPI 평가 방식이 바뀌면 좀비기업 청산을 미뤄왔던 은행의 관행이 바뀔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 좀비기업에 유입되던 자금이 가능성 있는 기업 쪽으로 유입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KPI 개선안은 이미 한 달 전에 발표된 사안이라 새로울게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KPI 개선안은 지난 10월21일 당시 금융당국이 내놓은 '기업구조조정 대책' 안에 다 포함된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손병두 금융위 정책국장은 "기존에는 은행이 부실채권 처리하면 패널티를 줬는데 이제는 이걸 없앤다는 것"이라며 "TF에서 더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업 구조조정 관련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A은행원은 "정부가 서별관 회의 등 다양한 TF팀을 구성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책임을 쉐어(공유)하겠다는 것이지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쪽으로 가야지 이런 식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금융권 이슈로 몰아가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구조조정에는 책임 문제가 뒤따르는 거니 그걸 면해준다는 것은 중요한 포인트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규정을 바꾼다는 것은 원칙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 정책국 관계자는 "여신 선진화 TF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내부 사안이라 밝힐수 없다"며 "12월이 되면 깔끔하게 정리해서 발표하겠으니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