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비위생 주사기 사용으로 감염…병원장 3억 배상하라"

"간호조무사가 주사했어도 병원장 사용자 책임"
"환자 체질적 요인 영향 감안…70% 책임 인정"

입력 : 2015-11-25 오후 4:50:03
간호조무사가 비위생적인 상태에서 주사제를 투여해 집단 감염이 발생한 사건에서 법원이 병원장에게 3억여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최근 서울 양천구에서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간염 집단 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나온 선례적 판단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김종원)는 김모씨 등 14명의 피해 환자가 서울 영등포구 소재 I의원 이 모 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 원장에게 "모든 원고에 대해 각각 적게는 1027만503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씩 총 3억4143만493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의료사고와 관련해서는 이 원장이 간호조무사 조모씨의 사용자 지위에 있다"며 이 원장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설령 이 원장이 조씨를 실제로 지휘·감독한 사실이 없다거나 I의원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조씨며 이 원장이 단지 명의만 대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객관적·규범적으로 볼 때 이 원장은 의사로서 간호조무사인 조씨를 지휘 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씨로부터 주사제를 투여 받은 243명의 환자들 중 원고들을 비롯한 61명의 환자들에게서만 집단 감염증이 발병한 것을 감안할 때, 원고들의 체질적인 소인 역시 감염증 발병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이 원장의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또 "이 원장이 앞선 자신의 형사사건에서 (주사제 투여 과정에서 적절한 위생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환자들에게 감염의 상해를 입힌) 업무상과실치상의 점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원이 I의원에서의 집단 감염증 발병과 관련해 이 원장의 업무상 과실에 대한 주장·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에게 확정된 업무상과실치상 무죄 선고가 "증거 부족 취지"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이 원장에 대한 위 무죄판결만으로, 이 원장의 지휘·감독 지위 아래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조모씨의 의료상 과실까지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이 원장과 조씨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특별시 및 영등포구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지난 2012년 4월부터 9월까지 I의원에서 61명의 환자가 비정형 마이코박테리아, 화농성 관절염 등에 집단 감염되자 역학조사를 벌였고, 이 결과 조씨로부터 주사제를 투여 받은 243명 환자 중 61명이 트리암주 주사제를 투여 받고 감염된 것으로 판명됐다. 
 
합동조사단은 당시 집단감염이 조씨가 환자들에게 주사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병원균이 침투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조씨는 1회용 장갑을 착용하거나, 주사 부위를 소독하는 등 적절한 위생조치를 취하지 않고 주사제를 투여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또 한 주사기를 여러 부위 주사제 투여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원장은 업무상 과실치상을 비롯해 국민건강보험공단부담금 편취(사기), 진료기록부 허위작성(의료법 위반), 프로포폴 사용기록 부실관리(마약관리법상 향정) 등 총 4개 혐의로 지난 2013년 5월21일 기소됐다가, 업무상 과실치상을 제외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아 지난해 12월13일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 받았다.
  
주사제를 직접 투여한 조씨는 I의원에 대한 정부측 합동조사단의 수사가 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2년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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