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계거래소 개장…중고기계, 투명하게 거래한다

'경매사업·담보대출 활성화·수출 촉진' 세 마리 토끼 잡는다

입력 : 2015-11-26 오후 12:08:00
지난 25일 경기도 시흥시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에 위치한 한국기계거래소가 개장식을 갖고 첫 경매를 시작했다.
 
거래소에 마련된 경매장에는 100여명이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참여자들은 먼저 테이블 위에 설치된 경매 단말기를 통해 출품된 중고, 재고 기계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살펴봤다. 단말기에는 출품된 품목의 제조일과 제조사, 그리고 50여가지의 성능 평가 내용과 검사점수의 총점이 담겼다.
 
제 1회 기계설비 경매가 진행된 한국기계거래소 경매장 모습. 사진/한국기계산업진흥회
 
현재가가 마음에 든 참여자들은 경매 응찰기의 버튼을 누른다. 응찰기의 버튼을 누를 때마다 5만원씩(5000만원 이상일 경우 10만원씩) 가격이 올라간다. 이 때 본인의 가격이 최고가인 경우 단말기 내 '권리' 부분에 불이 들어오게 되며 더 이상 경쟁자가 없는 경우 낙찰된다. 이날 중소기업은행이 출품한 사출성형기가 2470만원에 시작해 2500만원에 낙찰되면서 최초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날 경매로 나온 기계는 총 101개다. 40분 가량 이뤄진 첫 경매에서는 총 5개 기계설비가 낙찰됐다. 내년부터는 격주에 한 번 오프라인과 온라인 동시에 경매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기계거래소는 국내 제조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다. 거래소를 통해 중고기계나 재고기계 등 유휴기계를 공정한 가격으로 처분하거나 구입할 수 있으며, 기계를 담보로 활용해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국내 중고기계의 유통규모는 2015년 기준 9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규모는 연평균 12% 이상 증가해 오는 2020년에는 17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지 않은 규모의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중고기계에 대한 유통시스템 관리는 전무했다. 때문에 중고기계의 비정상적인 편법 거래가 성행했다. 유통상들이 매매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해당정보를 단독으로 혹은 일부 유통상끼리만 공유하면서 가격을 원하는 대로 조정해온 것이다.
 
한국기계거래소는 국내 기계산업의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12년 말 정부 정책사업으로 추진돼 지난 3년간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25일 한국기계거래소가 문을 연 것이다. 정부 132억원, 민간(한국기계산업진흥회, 자본재공제조합, IBK기업은행) 150억원 등 총 282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한국기계거래소 관계자는 "전국의 팔려는 사람들과 사려는 사람들이 기계거래소로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경쟁에 의한 공정한 가격매매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원판매자는 새로운 설비투자 자금을 마련하고 중고를 원하는 영세사업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설비투자가 가능해 지게 될 것"이고 설명했다.
 
한국기계거래소는 경매사업 뿐 아니라 기계를 담보로 한 금융지원과 수출촉진사업도 추진하면서 세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동산담보관련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담보 대상인 중고기계에 대한 시세 파악이 곤란하고 가치평가제도가 미비해 기업에 대한 동산담보대출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래소는 이 같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계설비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금융지원을 원활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거래소는 현재 IBK기업은행은 물론 한국, 효성, 현대커머셜 등 7개 캐피털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금융공급 확대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소는 코트라(KOTRA)와 함께 해외 시장조사, 바이어 발굴 등 수출기반을 조성하고 수출실무 능력이 취약한 유통기업에 대해서는 맞춤형 수출 지원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기계설비 거래 포털사이트를 통해 국내 유휴설비를 해외에 홍보하고, 영세 유통기업의 수출을 대행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판로 확보가 어려워 국내 유통기업이 취급을 꺼려하는 전용설비와 중소형 생산라인 등을 국·내외 전문유통기업과 연계해 거래소에서 직접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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