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유럽통합의 가치를 주장하며 솅겐조약의 유지를 촉구했다. 최근 파리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 이후 일부 유럽국가들로부터 유럽 통합의 상징인 솅겐조약의 폐지 목소리가 커지면서 유럽 국가들이 분열위기에 놓인 가운데 회원국들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유럽의회에 참석한 장클로
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사진/로이터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에서 솅겐조약의 폐지로 국경 자유화가 제약을 받는다면 유로화의 존속 역시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융커 집행위원장은 최근 발생한 파리 테러와 관련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열린 유럽 의회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융커 위원장은 "유럽의 정신이 담긴 솅겐조약이 폐지된다면 유럽은 협정, 그 이상을 잃게될 것"이라며 "솅겐조약이 없다면 단일 통화 역시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융커는 최근 프랑스 파리 테러와 관련해 난민 정책과 함께 유럽 지역 내에서 솅겐조약의 존재가 혼수상태에 놓였다며 솅겐정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솅겐조약은 1985년 룩셈부르크 솅겐에서 체결된 협약으로 유럽 회원국들 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비EU 국가를 포함해 2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그 동안 유럽 국가들은 솅겐조약으로 인한 국경 자유화를 통해 통합 결속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테러와 난민 문제가 맞물리면서 유럽 통합의 상징인 솅겐조약 폐지 논의가 확대된 것이다. 지난 20일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솅겐조약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은 프랑스 정부가 제안한 '체계적인 검문'을 통한 EU와 외국 간의 국경통제와 불법거래 단속강화 등의 내용을 솅겐조약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견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영국 더 타임즈는 솅겐조약을 폐지하는 '플랜B'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일부 국가들간의 자유통행 지역을 축소하는 '미니 솅겐'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미니솅겐이 현실화되면 사실상 EU 지역내 자유통행이 폐지되는 의미라고 진단하면서 솅겐조약 폐지의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융커 위원장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전문가들은 솅겐 조약의 폐지로 단일 통합의 의미를 잃게 된다면 유로화 가치 급락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솅겐조약을 둘러싸고 EU 통합의 존속 가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아직까지 명확한 방안이 제기되고 있지 않아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U 집행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밝히면서 연말까지 유럽의 외부 국경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와 함께 솅겐조약 개정안에 대한 합의를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