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박경실 파고다교육그룹 회장이 파고다아카데미 명의로 다른 계열사의 채무를 연대보증한 행위(업무상 배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다시 심리하라며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회장에 대해 횡령 유죄, 배임 무죄 취지로 선고한 원심을 깨고 배임 부분 역시 유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가 본인과 친딸이 소유하는 다른 회사들을 위해 대출금 등 채무를 연대보증하게 하면서도 그 회사들로부터 어떠한 대가나 이익을 제공받도록 하지 않았으며, 연대보증채무를 이행할 경우 구상금채권의 확보방안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채무에 별도의 담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채권자 은행은 채무 연체 시 피해자 회사에 바로 연대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 회사가 연대보증채무를 이행한 후 은행의 담보권을 대위변제하거나 다른 회사들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며 "다른 회사들이 대출금 등 채무를 모두 변제했다는 등의 사정도 범죄 성립 이후의 사후적 사정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지난 2005년 9월14일 자신과 친딸의 개인 회사인 파고다타워종로의 대출금 등 채무 231억8600만원을 파고다아카데미가 연대보증하게 하고, 2006년 1월26일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 없이 임의로 파고다아카데미 자금 10억원을 성과급 명목으로 받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박 회장의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임에서는 고의를 인정하지 않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같은 취지로 동일한 형을 선고했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