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정부와 채권단의 대규모 지원 아래 경영정상화 수순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내 조선업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저가수주와 헤비테일(적은 선수금으로 계약을 맺은 후 선박 인도시 잔금을 회수하는 방식) 계약 등 과잉경쟁 재발우려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특히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도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자체생존을 도모해왔던 업체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까지 드러내는 상황이다.
앞서 국내 조선업계는 선박을 비롯해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업체간 과잉경쟁으로 심각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다. 조선업황이 악화되자 업체들이 잇따라 저가수주 및 헤비테일계약을 통해 무리한 경쟁을 펼치면서 부실사태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내에서는 저가수주와 헤비테일 계약이 성행하게 된 주범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지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당시 저가수주와 헤비테일 방식 계약은 모든 조선업체들이 이용했던 방식으로 우리가 주도했다는 지적은 오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책임경영 부재가 과잉경쟁을 불러 일으킨 주원인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오너가 없는 특성 때문에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해 저가수주에 집중했다"며 "한 업체가 저가수주 및 헤비테일 방식 계약을 펼칠 경우 다른 업체들 역시 따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정부의 지원으로 최근 경영정상화 작업에 본격 돌입하면서 과잉경쟁 양상이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실 경영으로 망해가던 회사를 살려놓으면 어떤 선주들이 제값을 주고 발주를 하겠는가"라며 "이들의 회생으로 저가수주 가능성이 높아지면 다른 업체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경영정상화 과정이 과잉경쟁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다운사이징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회생에 돌입한 만큼 수익율과 생산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또한 이같은 지적을 인지한듯 자구안 내에 다운사이징에 대한 내용을 마련한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 또한 그동안 우리가 건조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물량을 수주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현재 시행중인 자구계획에도 다운사이징이 포함돼 있다"며 "개별기준으로 14조~15조원 수준인 매출을 10조~12조원 수준까지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조선해양 본사 앞에 세계최고의 조선강국을 지탱하는 의미를 담아 설치된 닻이 무겁게 놓여 있다.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