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국내 굴지의 축구인들을 향한 일본의 구애가 계속되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포항스틸러스를 떠나는 황선홍(47) 감독은 지난해 말부터 끊임없이 세레소 오사카행 소문에 시달렸다. 감독직을 내려놓으며 "휴식을 하겠다"고 밝히자 겨우 일본행 소문이 잠잠해졌다.
최근 현장 복귀 의사를 밝힌 홍명보(46) 감독도 처음에는 알비렉스 니가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축구계에 파다했다. 복수의 중국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으며 사실상 이적이 확정적이라는 소리가 나오자 일본행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선수들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정성룡(30·수원삼성)이 가와사키 프론탈레 유니폼을 입을 것이란 일본 내 보도와 김승규(25·울산현대)의 빗셀 고베 이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올 시즌을 앞두고 김남일(38·교토상가)이 일본으로 떠났으며 정대세(31·시미즈에스펄스)가 지난 7월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간 바 있다.
영국 무대에서 팀을 못 구한 김보경(26·마츠모토야마가)의 새 무대도 K리그가 아닌 일본이었다. 이미 국가대표팀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정우영(26·빗셀고베), 김창수(30·가시와레이솔), 이용재(24·V바렌나가사키), 김진현(28·세레소오사카)을 포함해 20명 이상의 국내 선수가 J리그 1부리그와 2부리그에 퍼져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이유로는 금전적인 보상이 꼽힌다. 선수든 감독이든 대다수가 국내 무대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특유의 성실성과 다른 나라에 비해 문화적으로 큰 이질감이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통한다. 빗셀 고베의 주장을 맡은 정우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이 알뜰하게 활용하고 있는 '아시아쿼터'도 있다. K리그와 마찬가지로 J리그 또한 아시아쿼터를 활용해 외국인 선수 3명과 관계없이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 출신 선수 1명을 뽑을 수 있다.
J리그 구단 입장에선 몸값 수준이 괜찮고 아시아 최고의 실력으로 불리는 한국 선수들의 영입이 알짜배기다. 특히 최근에는 골키퍼나 중앙 수비수와 같이 강인한 플레이와 신체 조건이 필요한 부분에서 한국 선수들을 향한 J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스포츠 에이전트는 "중동이나 중국행과 달리 일본행은 금전적인 부분 외에도 생활 환경적인 여건에서 만족감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이 있는 선수나 지도자의 이적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그런 요인이 작용한다"고 귀띔했다.
1993년 J리그 출범 이후 황선홍, 홍명보, 하석주, 김도훈, 최용수, 유상철, 박지성 등을 데려갔던 '일본 바람'이 다시 한 번 거세지는 모양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일본 J리그의 가와사키 프론탈레 이적설에 휩싸인 정성룡.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