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과 광주은행 등 일부 은행이 수수료 신설 및 인상에 나섰으나 은행권 전반적으로 수수료 합리화 바람이 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형은행들이 독자적으로 수수료 인상에서야 하는데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우리은행 등 국내 대형은행들은 수개월전부터 수수료 합리화 개편 작업을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 수수료 및 가격 합리화라는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부터 관련 작업을 진행한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결론이 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독자적으로 행동하기는 어렵다"며 "업계 상황을 보고 수수료 인상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은행들은 어느 곳 하나 수수료 합리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나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 인하에 줄줄이 동참하고 있다.
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은 올해 국정감사를 계기로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이 지적이 높다는 지적에 따라 인하했으며, 나머지 은행들로 연내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 독자적으로 수수료 인상에 나서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계좌이동제에 따른 고객유치 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고객 체감도가 높은 대고객 수수료를 손댔다가는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수수료를 올렸다가는 정치권의 질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다른 은행관계자는 "정부가 국민 자산늘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국민의 자산을 늘려주자는 분위기인데 수수료를 올리겠다는 것은 이에 역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손사레를 쳤다.
최근 일부 은행에서 수수료 개편의 움직임이 있었으나 경쟁 은행들이 제공하는 수준으로 맞추거나 대고객 수수료가 아닌 업무 수수료를 조정하는 수준에만 그쳤다.
앞서 씨티은행은 지난 23일부터 영업점 창구에서 타행 송금할 경우 송금 금액이 10만원 이하면 1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또 사전 신청 없이 영업점을 방문해 국제 현금카드를 만들 때도 3만원의 발급 수수료를 받는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합리화라기보다는 특수하게 면제를 해온 수수료를 다른 은행들 수준으로 복구한 것"이라며 "카드 발급 수수료는 사전 발급신청을 하면 면제해준다"고 말했다.
JB금융지주(175330)의 광주은행도 지난 18일부터 여신 관련 수수료와 수신 관련 수수료를 일부 부활시켰다. 대신에 고객 체감도가 높은 대고객 수수료이 아닌 기업금융과 관련 수수료를 손 봤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한국씨티은행과 광주은행이 여수신 관련 일부 수수료를 신설했으나 대형은행들은 수수료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