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대형마트 영업제한, 소상공인 상생 위한 최소한의 규제"

이림·양창영 변호사
'골리앗' 변호사들, 김앰장·태평양 등 대형로펌과 맞서 승소 이끌어
"지자체, 평일휴무 결정 신중해야…지역상권 보호 절실"

입력 : 2015-12-02 오전 6:00:00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대형마트틀은 자정부터 아침 8시까지 영업시간이 제한됐고,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에는 아예 영업을 하지 못했다. 대형마트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대형로펌 등을 앞세워 서울시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비롯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을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영업 규제의 정당성을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규제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달 19일 대법원은 '영업 제한으로 달성하려는 공익 등을 고려했을 때 지자체 처분은 정당하다'며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골리앗' 대형로펌을 상대로 반전의 결과를 이끌어 낸 '다윗' 같은 인물들은 중소로펌과 개인변호사 이림(52·사법연수원 18기), 양창영(44·사법연수원 40기), 이덕재(43·사법연수원 35기·법무법인TLBS) , 임윤선(37·사법연수원 37기) 등이다. 이들 중 이림, 양창영 변호사를 만났다.   
 
매월 둘째·넷째주 영업제한 규제를 폐지하려는 대형마트에 맞서 이를 지켜낸 이림 변호사(사진 왼쪽)와 양창영 변호사. (사진=뉴스토마토)
 
◇"2심 패소 후 투입…부담감 상당했다"
 
1심과 달리 2심에서 법원이 대형마트 측의 손을 들어주자 동대문구와 성동구 측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상대방은 1, 2심에서 대형로펌인 태평양을 변호인단으로 내세웠고 3심에서는 김앤장까지 더했다. 비상이 걸린 것은 서울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하에 3심부터 시 고문변호사인 이림 변호사와 서울시 풀뿌리경제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양창영 변호사를 투입했다. 2개 구청 역시 각각 이덕재, 임윤선 변호사로 변호인을 교체하며 총 4명이 상고에 나서게 됐다.
 
"변호사 5년차다. 4년 전부터 자영업자 문제에 매달려 법률적, 실제적 활동들을 이어왔다. 제도 개선 문제라든가 자영업자들의 현안, 어려운 상황 등을 함께 고민하며 생활하고 있다."(양창영 변호사, 이하 양)
 
"서울시가 저와 양 변호사를 구청에 소개시켜줬다. (2심에서 패소하면서)상고심이 굉장히 중요하게 됐고 우리가 추가로 들어가게 됐다. 유통이나 행정법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고등법원 판결에 의아한 부분이 있어 판결문을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차에 마침 서울시에서 연락이 왔다."(이림 변호사, 이하 이)
 
"대법원에서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까지 갔다. 전원합의체에서 판결을 하는 것은 극히 일부의 경우다. 기존 대법원의 입장이나 견해를 바꿀 때, 혹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돼 있는 사건인 경우에 시행된다. 이 사건의 경우 결과에 따라 전국적으로 중소 자영업자, 소비자, 마트 근로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중요한 만큼 부담감도 있었다"(이)
 
◇"이마트가 '대형마트'가 아니면 누가 대형마트인가"
 
두 변호사가 2심에서 느낀 이상한 점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대형마트가 아니다'라는 법원의 판결 때문이었다. 이 정의는 판결 당시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항소심에서 여러가지 논리가 제기됐다. 이 중 하나가 '이마트는 대형마트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것을 고등법원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법원이 말하는 대형마트, 즉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 남들이 대형마트라고 전부 말하는 것을 아니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부분 손님들이 카트에 물건을 스스로 담아서 계산하는 정도면 대형마트라고 봐야지, 점원의 도움이 전혀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이)
 
"상대편은 마트 영업규제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무후무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국은 우리보다 훨씬 엄격히 규제를 시행하다가 최근에 조금 완화하는 정도다. 일본의 경우만 해도 대형마트는 전부 도시 외곽에 있다. 이미 입점단계에서 부터 규제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마트들이 시내 중심가에 무혈입성했다. 이제 뒤늦게나마 규제를 하자는 것이다."(양)
 
"유통산업발전법의 취지는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대규모 점포와 중소 점포와의 상생발전 등이다. 원고 측에서는 이 사안들의 효과를 하나하나 다 조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진 2심 판결은 결과적으로 행정청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정이 됐다. 사실 어떤 행정처분을 이뤄질 때 시작은 상식적이고 불확정적인 개념에서 출발한다. 가령 '심야영업을 안하면 당연히 근로자의 건강권이 보장된다'는 식이다. 그것이 얼마만큼 보장되는지 조사할 필요는 없다."(이)
 
"대형마트 쪽에서 끝까지 주장했던 또 하나의 문제는 '통상 문제'였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이나 한-EU FTA 협정에 반하는 처분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 조약은 국가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가 아닌 개인이 통상법에 위법했다고는 주장할 수가 없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양)
 
◇"평일 휴업 허가하면 법 효력 의문…자영업자와 상생해야"
 
이번 판결로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을 피할 길이 사실상 차단됐다. 그러자 마트들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지자체와 지역 상권과의 협의를 통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옮기는 방안을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두 변호사는 평일 휴업이 시행된다면 유통산업발전법 자체가 무력화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기도 외곽지역 마트의 경우 평일에 의무휴업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쉽게 휴무일을 바꾼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서울에 촘촘히 박혀 있는 대형마트의 의무 휴무일이 만약 구 별로 다르게 적용되기라도 한다면 규제는 무력화된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30분도 안걸려 다른 구의 마트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양)
 
"규제 학회나 유통업체들은 이 법이 없어져야 할 첫번째 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과연 그런 것인지 의문이다. 이 법이 무너지면 다른식으로 중소유통업을 보호하는 전체적인 규제 기조가 함께 붕괴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법이 미리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는 딱히 없어 대형마트들이 무혈입성하고, 이후 작은 점포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격주 일요일 휴무마저 평일로 바꾼다는 것은 대형마트들이 정말 다 가지려고 하는 것이다."(이)
 
마지막으로 대표적인 소상공인의 집합소인 전통시장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이들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법 정착과 자체 노력을 통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공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봤다.
 
"집 근처에 대형마트도 있고 전통시장도 가까운데 특별히 전통시장에서만 사는 물건이 있다. 아직 시장의 서비스는 대형마트에 비해 부족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비스 개선 노력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에 가면 마트보다 싼 상품도 있고 재미있는 구경거리도 있다. 휴일에 아이들과 놀이공원 간다고 생각하면 마트에서의 소비 위주의 패턴보다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이)
 
"자영업자들이 10년 전까지만 해도 구멍가게에서 사장님 소리 들으면서 어느 정도 먹고 살만은 했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철물점, 문구점 등 다양한 형태의 소매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이 급격히 무너졌다. 소규모 점포 한 곳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대부분 그 가정 전체가 함께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상생은 대기업과 자영업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체가 추구해야할 가치다. 물론 전통시장도 소비자 편의와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양)
 
 ■이림 변호사 프로필
-서울 성심여자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사법학과 졸업
-사법시험 28회 합격
-사법연수원 18기 수료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언론중재위원회 서울 제7중재부장
-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
 
■양창영 변호사 프로필
-광주 송원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주)대우 근무
-(주)대우인터내셔널 근무
-사법시험 50회 합격
-사법연수원 40기 수료
-서울 서부지방법원 조정위원
-서울가정법원 국선보조인 
 
두 변호사는 이번 대형마트 영업제한 유지가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이다. 소규모 점포들이 아직 마트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지만 개선노력을 통해 소비자의 눈길을 충분히 끌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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