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고용창출은 커녕 은행권 일자리를 없애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격 경쟁으로 은행권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비용절감 차원에서 일자리 감축이 불가피해 질 것이란 점에서다.
1일 금융권 관계자들은 카카오뱅크·K뱅크의 등장으로 금융권 내 점포 축소와 인력 감원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 은행의 인터넷 뱅킹 업무와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가 비슷해 양측 간의 경쟁이 격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우려가 증폭된 이유는 지난달 29일 예비인가 컨소시엄으로 선정된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사업 계획이 기존 은행의 영업내용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양 컨소시엄이 야심차게 제시한 '10%대 중금리 대출' 사업은 KEB하나은행의 원큐뱅킹(1Q뱅킹)과 신한은행의 모바일 플랫폼 '써니뱅크'가 준비 중인 중금리 대출사업과 겹친다. 이자를 포인트나 콘텐츠로 돌려주는 서비스 또한 기존 은행 사업과 중복된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선정된 카카오 뱅크의 다음 카카오 제주 본사(왼쪽)와 K뱅크의 KT 광화문 본사. 사진/뉴시스
카카오뱅크·K뱅크가 예금 이자율은 높이고 수수료는 낮추는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예고한 것 또한 인력 감원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 은행권 전반의 수익이 악화돼 인력 감원이 불가피 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경우 고객과 판매자 사이에서 중계역할을 했던 VAN과 PG 카드사를 배제하는 식으로 수수료를 다운시켰다. 고객과 판매자를 직접 연결해 중간 마진을 제거하고, 그 차익을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K뱅크는 예금금리를 일반은행보다 최대 연 1.2%포인트 더 얹혀줄 계획이다. 상권 분석과 권리금 조회, 보증보험, 빅데이터 기반의 평가모델로 창업 대출까지 한큐에 도와주는 '원스톱 소호 금융플랫폼'도 만들 계획이다.
이쯤되자 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일자리 창출이란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과당 경쟁으로 되례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니 가격 낮추기 경쟁이 일어나고, 수익성이 악화되면 결국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며 "인력 감축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임수강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또한 "가격경쟁 심화는 결국 전체 은행의 수익성 저하로 나타나 기존 점포를 줄이고 인원을 감축하는 등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은행권 일자리 감축 우려는 금융권 노동조합의 영향력을 간과한 것"이라며 "인원 감축이 아닌 누가 더 혁신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고객과 고객, 고객과 가맹점을 직접 연결해주는 오픈 아키텍처로 간다"며 "IT와 금융이 함께 결합하면서 은행권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K뱅크 관계자는 "시스템운영, 신용평가, 상담 등 업무를 담당할 직원 백여명을 카카오뱅크 보다 더 많이 뽑을 계획"이라며 "간접채용 효과 또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