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신종균 사장의 후임으로 온 고동진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성장세가 꺾인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2막의 성공 여부가 그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1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005930) IT·모바일(IM) 부문 무선사업부 새 수장으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개발실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번 인사로 인해 지금까지 무선사업부장을 겸직해 오던 신종균 IM 대표이사(사장)는 실무에서 물러나 총괄 역할을 한다.
이는 조직 분위기 일신을 위한 것으로, 기술 안목을 갖춘 경영자를 우대하는 삼성의 인사 원칙에 따른 결과다. 삼성은 "신 사장은 그간의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장기 사업전략 구상 및 신규 먹거리 발굴 등 보다 중요한 일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인사 배경을 밝혔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로비를 들어서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번 인사에 대해 업계는 삼성전자가 안정 속에서 변화를 추구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신 사장을 유임해 전체적인 구조는 유지하면서 실무는 새로운 인물에게 맡기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실 신 사장 교체설은 2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스펙 경쟁에서 벗어나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만들었다던 '갤럭시S5'의 흥행이 부진했고, '갤럭시S6 엣지'는 수요예측을 잘못한 탓에 초기 인기를 이어나기지 못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사장은 전형적인 엔지니어 출신이라서 제품은 잘 만들지만 시장 전체 그림을 보는 건 약한 탓에 수요·공급을 잘 읽지 못했고 마케팅적인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면서 "그를 대체할 인물이 없는 탓에 유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하드웨어(HW)적인 면보다 소프트웨어(SW) 기술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예전처럼 잘 만든다고 판매가 보장되는 시대가 끝난 것이다. 이 부분을 간과하면서 삼성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 사장이 신 사장을 대체할 '카드'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961년생인 고 사장은 무선사업부에서 10년 간 몸담아 왔다.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기술기획 업무를 시작으로 무선사업부 상품기획, 기술전략 등의 업무를 경험했다. 지난해 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는 '갤럭시S6', '갤럭시노트5' 등 플래그십 모델 개발을 선도했고,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은 고 신임 사장에 대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녹스와 삼성페이 등 솔루션 및 서비스 개발에도 폭넓은 식견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경력으로만 봤을 때 고 사장 역시 신 사장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엔지니어 출신에 가깝다. 고 신임 사장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그는 2일 서울 서초 삼성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협의회 전후 기자들과 만나 마케팅이 약할 것 같다는 지적에 "차차 배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 IM부문은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2013년 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을 웃돌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0% 수준에 달했지만, 올해는 2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삼성은 현재 플래그십 모델 강자인 애플과 화웨이·샤오미 등 중저가 모델 사이에 끼어 있는 형국이다.
고 사장은 무선사업부장으로서 갈 길이 멀다. 정체국면에 들어 선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 길을 모색해야한다. 당장 내년 1~2월 출시가 예상되는 '갤럭시S7' 출시를 앞두고 있다. 미래먹거리 중 하나인 웨어러블 기기와 가상현실(VR),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삼성페이 서비스 확산도 그의 몫이다.
고 사장은 "좋고 설레지만 부담이 많이 된다"며 "잘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휴대폰 사업이 어렵진 않다"며 "내년 시장상황이 좋지는 않겠지만 (신종균)대표와 함께 잘 헤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