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의 절차적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절차에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 제도(ACP)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10월21일 공정위는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하고 조사과정에서 변호사 참여권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사건처리 3.0'을 발표했다. 여기에 공정위의 불합리한 현장조사 관행과 기업의 절차적 권리 보장에 대한 재계와 전문가들의 개선 요청이 반영됐다.
전경련은 이 같은 공정위의 조치는 환영하지만, 기업의 절차적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ACP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ACP란 재판 과정이나 수사 과정에서 변호사와 의뢰인 간 각종 의사교환 내용(문서, 메시지, 이메일 등)의 비밀을 보장(압수·수색·증언 등 거부)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변호사로부터 조력을 받을 의뢰인의 권리가 단순한 선언적 규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다.
자료/ 전경련
미국·유럽연합(EU) 등의 선진국에서는 이 제도를 소송뿐 아니라 공정위 절차에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우리 헌법에도 기본권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규정(헌법 제12조 4항)돼 있고, 형사소송법에는 변호사의 압수·증언거부권이 명문화돼 있는 등 소송절차에는 ACP가 상당부분 제도화돼 있다.
우리의 ACP는 해외 선진국과는 달리 소송제도에만 한정된 탓에 공정위의 조사·처벌 과정에서는 기업의 방어권 보장에 한계가 있다. 공정위가 준사법기관으로서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ACP가 공정위 절차에 적용돼야 한다는 게 전경련의 입장이다.
일반적인 행정기관의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을 법원이 담당하는 것과는 달리 공정위 처분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1심의 역할을 담당한다. 스스로 내린 처분의 정당성을 법원과 같은 자격으로 심판하고 있다.
전경련은 "공정위 조사와 심의 절차는 형사소송법의 엄격한 피의자 보호절차는 물론 행정조사기본법 및 행정절차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기업들의 방어권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이 변호사와 자유롭고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한다면 기업의 권익 보장뿐 아니라 사전적으로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억제하는 공익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컴플라이언스 및 법률리스크 대응 역량 강화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향후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 제도를 공정위 절차뿐 아니라 금융감독원 등 행정조사 전반에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