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4일 면세점 재선정결과가 나오고 나서 면세점정책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5년 시한제가 타당한가를 비롯해 면세점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전면 검토돼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한상만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장의 견해를 간추린 것이다.[편집자주]
면세점 정책에 대한 모든 비난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 5년 시한제 재입찰방식으로 법을 개정한 정부가 면세점 산업육성에 대한 전략적 안목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 두 번째는 기존에 10년이었던 면세점 사업권에 대한 허가제를 정부가 5년마다 실시하면서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의 벽을 엄청나게 높였다는 것이다.
특히 가족 간의 경영권분쟁으로 국민여론이 나빠진 롯데(월드타워점)의 탈락은 재입찰방식을 통한 허가제가 진정 업계경쟁력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되면서 해당 산업육성에 대한 우리 정부 역할에 대한 비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국의 면세점 시장은 2005년 2.2조원에서 2014년에 8.3조원으로 네 배 가까이 급성장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면세점 시장이 됐다. 우리나라에 이어 중국, 미국, 영국, 홍콩이 세계 면세점 시장의 5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 8.3조의 우리나라 면세점 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매출이 5조원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면세점 시장의 증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지출하는 소비와 직결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1월 12일 중국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소비활성화의 핵심 축으로 면세점 확대 정책을 결정하고 얼마 전 일본 내각회의에서도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는 2020년까지 지방도시의 면세점을 2만개 이상 확대하는 정책이 결정되면서 향후 한·중·일 동북아 3국간 면세점전쟁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어떤 국가적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면세점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5년마다 새로 사업권을 허가받아야 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 우리나라 면세점 시장의 세계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것은 누구든지 예상할 수 있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세계 면세점 업계는 스위스의 듀프리그룹과 미국의 DFS그룹이 거의 양분하던 구조에서 최근 10년 동안 한국의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세계 3위와 7위로 성장하면서 이들의 아성을 공략하는 형태로 발전돼왔다. 하지만 세계 1위의 스위스 듀프리그룹 역시 올해 3월 세계 5위인 이탈리아의 월드듀티프리그룹을 인수하면서 더욱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한·중·일간에 치열하게 벌어질 면세점 경쟁과 세계 면세점 기업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가? 바로 면세점 사업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인 시각이다. 정부는 한국면세점 시장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두고 중국과 일본 정부와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부가 더 혁신적인 정책을 만들어내는가에 모든 성과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면세점 시장이 세계1위의 면세점 시장이 되고 일본과 중국과 비교해서 경쟁우위를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시내면세점 확장정책이 중국관광객의 급격한 증가와 맞물리면서 큰 시너지를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5년 시한제 재입찰 방식은 면세점 시장에 대한 전략적 안목과 혁신적인 의사결정이 부재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결국 정부는 세계 면세점 기업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나라의 면세점 기업들이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들 업체들이 글로벌경쟁력을 갖추는데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를 파악하고 이러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 것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경쟁력의 관점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바로 국내 면세점 시장의 경쟁력이다. 어떤 산업이든 국내 경쟁력이 토대가 돼야 세계시장에서 싸울 수 있는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의 면세점시장이 8.3조원이라는 세계1위의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였기 때문에 한국시장에서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가지는 기업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하기 위해선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도 더욱 공정해져야 하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경쟁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야 한다. 바로 국내시장의 경쟁력을 만들어 내는 일을 얼마나 혁신적으로 할 수 있는가에 정부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정부는 사업권을 나누어주면서 기업들이 눈치를 보는 대상으로 전락돼서는 안 된다. 그런 산업은 절대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이번 면세점 재입찰 방식의 재검토가 정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한번 사업권을 획득한 기업들은 사업에 대한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5년 시한제 재입찰방식은 재고돼야 한다. 다만 꼭 5년을 다시 10년으로 환원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5년마다 사업에 대한 평가를 하되 충분히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에게는 당연히 갱신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또 정부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꼭 누군가를 떨어뜨리고 다른 사업자에게 사업허가권을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면세점 시장의 성장추이에 맞춰 재입찰시 선정하는 기업의 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 새로운 경쟁자들을 시장에 진입시키는 시점은 기존 경쟁자와 같은 주기일 필요도 없다.
새로운 시장 경쟁자는 좀 더 짧은 주기를 정해 사업능력과 투자의지를 심사하는 절차를 통해서 진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신규사업자 선정방식을 바꾸면 된다. 결국 우리나라 정부가 생각해야 할 핵심적인 질문은 하나다. ‘우리 정부의 정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다른 국가 정부정책들보다 더 혁신적인가’하는 것이다. 지금은 정부의 혁신적 사고와 전략적 사고가 너무도 절실한 시기다.
국가미래연구원
지난 11월 4일 서울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는 모습. 월드타워점은 지난 달 14일 특허 재승인에 실패해 이달 31일까지 폐점해야 한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