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 R&D, 신약 개발 집중

6년만에 라인 3배 증가…내수시장 한계로 글로벌 진출 생존 모색

입력 : 2015-12-08 오전 6:00:00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제약와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신약과 글로벌 진출로 R&D 전략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7일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 따르면 2015년 기준 40개 주요 제약사의 신약, 개량신약, 바이오의약품 등 개발 라인은 474건이었다. 업체당 12건 정도의 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2009년(35개사 기준)에는 주요 제약사의 개발 라인은 159개였다. 의약품 개발 갯수가 6년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474건 중에서 신약 개발 라인이 255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개량신약은 188건(39%), 바이오신약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는 22건(4.6%), 바이오신약의 개량신약은 9건(1.9%) 순이었다. 업체별로는 녹십자가 24개로 가장 많은 개발 라인을 보유했다. 또한 종근당이 22개, SK케미칼이 17개, 유한양행이 15개, 동아에스티와 한미약품이 각 14개, CJ헬스케어가 12개, 대웅제약이 11개를 기록했다.
 
474건의 개발 비용은 1조1640억원으로 1개 라인에 평균 40억원이 투자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신약에 8376억원이 투여돼 전체 72%를 차지했다. 개량신약은 1809억원(15.5%), 바이오시밀러가 800억원(6.9%), 바이오베터가 655억원(5.6%) 순이었다.
 
국내사가 신약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지난 1970년대에 들어서 원료 의약품의 국산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급변하는 글로벌 제약산업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단순한 모방에서 벗어나 신약개발 초기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내 제약산업은 1970~1980년대 연평균 20%에 달하는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국민소득 수준 증대, 의료보험 확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의약품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사들은 여전히 신약 개발을 등한시하고 복제약에만 매달렸다. 정부가 복제약 약가를 높게 쳐줘 복제약 영업만으로도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어서였다. 국내 제약산업은 영세성을 면치 못했고 하향 편중화됐다. 실제 1990년에 전체 제약사 300여개사 중 상위 20여개사가 전체 생산액의 절반을 차지했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신약 개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R&D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부터다. 2012년에는 복제약 약가를 절반으로 인하하고 리베이트 제약사에 강력한 제제를 가하면서 복제약 시장이 한계에 직면했다. 2014년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19.4조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0.03%의 저성장 기조를 보이며 내수 시장이 정체했다.
 
정부는 제약산업 선진화를 위해서 신약 개발을 하는 제약사에 각종 지원책을 마련했다. 복제약 위주의 내수 시장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게 되자 국내사들은 신약 R&D를 강화하고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단순 복제약으로는 해외진출이 어렵다. 혁신성과 진보성이 담보된 신약만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공략을 위해서 복제약 중심으로 성장해온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 개발로 R&D 체질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사들의 R&D 비용과 신약 개발 라인 갯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는 게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복제약 영업으로 먹고 살던 제약업계가 신약 개발 R&D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후보가 다수여서 내년에는 더 많은 신약들이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려면 정부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의 혁신의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신약 개발의 활동은 민간 자체 투자에 의존하고 있고 정부 지원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제약산업의 R&D 투자 유도를 위해선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지원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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