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폐회된 가운데 그간 중소·중견기업계가 처리를 요구해온 관련법안 중 상당수가 여·야 간 이견으로 본회의 처리에 실패했다.
10일 중소·중견기업계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해당 법률안은 명문장수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각종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와 관련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달 23일 명문장수기업의 업력을 45년으로 늘리는 등의 진통 끝에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일각에서 부의 세습으로 인한 특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반대논리를 제기하며 본회의 통과에 실패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법사위원회 소위에서 더 논의를 하겠다는 의견이 있어 본회의 상정에이르지 못한 것"이라며 "국회가 임시회 소집일정을 발표한만큼 소위에 통과필요성을 설명하다보면 올해 내 처리가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법제화하는 내용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통과에 실패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적합업종 제도가 민간자율규범이다 보니 대기업이 이행하지 않더라도 제재할 강제수단이 없다는 점을 들어 법제화를 주장해 왔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경쟁력강화위원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반면 대기업 측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외국과의 통상마찰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해 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물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해당 제도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보고서를 내놓자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등이 이를 즉시 반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밖에 연구개발(R&D), 인력 등을 초기 중견기업까지 지원하는 내용의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뿌리산업 종사자 등을 중심으로 처리를 요구해온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도 처리에 실패했다.
중소기업계가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해 처리 필요성을 내비쳐온 청년일자리창출 지원관련 법안(경제활성화법) 및 노동개혁 관련 법안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협의회 회장단과 중기중앙회 부회장단은 지난 10월 26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과 관광진흥법 등의 조속한 입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정의화 의장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앞장서 청년 일자리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를 넘어 선 통과 후 보완의 자세로 법적기관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왼쪽 네번째)를 비롯한 중기단체협의회 회장단, 중기중앙회 부회장단이 지난 10월 26일 정의화 국회의장(왼쪽 다섯번째)을 예방한 자리에서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을 비롯한 중견기업 대표들도 지난달 3일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중견기업 지원 관련 법률 개정안의 금년 내 처리를 호소한 바 있다.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의 경우 임시국회를 통한 처리가능성이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은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법안들의 처리는 여·야 간 정쟁으로 인해 소홀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매출액 중견기업 진입 후 3년 이내의 기업은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의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지방 공기업도 입찰참가자의 자격을 제한하거나 입찰참가자를 지명,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 개정안 등은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