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는 어떻게 '탈아이돌'에 성공했나

입력 : 2015-12-10 오후 5:22:45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블락비의 지코가 아이돌을 넘어 뮤지션으로서 맹활약을 펼치며 음악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지코는 지난 7일 솔로 미니앨범 '갤러리'를 발표했다. 반응은 뜨겁다. 더블 타이틀곡 '유레카'와 '오만과 편견'은 각종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사랑을 받고 있다. 지코의 '차트 올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내놨던 노래 '보이즈 앤 걸스'(Boys and girls) 역시 차트 1위를 휩쓸었다. 10일 가온차트 측에 따르면 지코는 이 노래로 11월 월간 디지털종합차트, 다운로드차트, 스트리밍차트 3개 부문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노래를 냈다 하면 대박을 터트리는 지코는 현재 가요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젊은 스타 중 한 명이다.
 
◇블락비 지코. (사진제공=세븐시즌스)
 
특히 지코가 팬덤에 의존해 인기몰이를 하는 다른 아이돌 스타들과 달리 힙합 뮤지션으로서 좀 더 폭넓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코가 뛰어난 랩 실력과 개성 있는 음악 색깔로 아이돌 팬들 뿐만 아니라 힙합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는 지적이다.
 
지코는 지난 2011년 블락비의 멤버로 데뷔하기 전 언더그라운드 래퍼로 활약하며 빼어난 랩 실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데뷔 후에는 블락비가 발표하는 노래의 작사, 작곡을 맡으면서 프로듀서로서 역량을 뽐내기도 했다. 랩 실력에 작사, 작곡 실력까지 갖춘 지코는 기획사의 철저한 상업적 전략에 의해 탄생되는 보통의 아이돌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2013년 초 블락비가 전 소속사와 분쟁을 겪고 있을 동안 지코에게는 그와 계약을 맺기 위한 대형기획사의 물밑 접촉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남들과 차별화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프로듀싱 능력에 스타성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지코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음악적 감각이나 스타성은 연습생들을 가르친다고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지코를 탐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코는 블락비의 앨범을 통해 10대들에게 사랑을 받는 대중적인 음악을 주로 선보였다. 블락비의 히트곡인 '베리 굿'(Very Good), '헐'(HER) 등은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이 담긴 노래들이었다. 하지만 지코는 솔로 래퍼로서는 거침 없는 내용의 가사가 담긴 곡들을 발표하며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섹시한 여성을 본 뒤 "유레카"라고 외치는 상황을 표현한 곡 '유레카'에는 19금 가사가 실렸다. 10대들을 겨냥한 아이돌 음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수위의 표현들이 이 노래에 포함됐다. 
 
지코는 이처럼 블락비의 음악 색깔과 솔로 래퍼로서의 음악 색깔을 철저히 분리하는 활동 전략을 펼쳐왔다. 지코가 아이돌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개성이 담긴 음악을 꾸준히 선보일 수 있는 이유다. 지코의 에너지 넘치는 래핑과 독특한 플로우, 수위를 넘나드는 솔직한 표현 방식 등은 현재 국내 힙합계를 이끌고 있는 최고 수준의 래퍼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지코는 지난해 발표한 노래 '터프 쿠키'(Tough Cookie)에 "아이돌 래퍼 Top? Fuck I ain`t no 뱀의 머리 내 경쟁 상댄 딴 데 있어 방송국엔 Nothing"이라는 가사를 실었다. 아이돌 래퍼들 대신 힙합신의 쟁쟁한 래퍼들을 자신의 경쟁 상대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지코의 래퍼로서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지코는 지난 8월 종영한 Mnet '쇼미더머니4'에 프로듀서로 출연해 타블로, 버벌진트, 산이, 팔로알토 등 국내를 대표하는 힙합 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국내 힙합계에서의 지코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일이었다. 아직 23세에 불과한 지코가 K팝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커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가요계에서 나오고 있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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