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법안 처리가 정치권 샅바싸움에 지연되며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10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이를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주사 본사 소재지를 둘러싼 여야, 부산지역 의원들 간 이견이 큰 탓에 절충점 마련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야는 이날 열린 임시국회 소집 첫날에도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못했다. 정부안에 명시된 '지주회사 본점 소재지를 부산에 둔다'는 항목을 삭제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비롯된 것으로 부산 시민단체와 부산지역 의원들은 이를 '부산 홀대'라며 반대 논리로 맞서고 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현재 거래소 지주사 전환 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처리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준비 중이다.
문제는 연내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다. 자본시장법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사실상 법안 통과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과 업계 모두의 시각이다.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느라 법안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는 관측에서다. 결국 내년 5월29일 자동폐기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안이 폐기되면 수년간 이어온 과제를 또 다시 풀어내야 한다. 적어도 내년까지 지주사 전환작업을 마무리하겠다던 거래소 향후 계획에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대략의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본점 소재지를 법에 포함하지 않는 대신 정관에 두는 것으로 합의하고 대신 다른 법과 바터(맞바꾸기)할 것"이라며 "일단 사회환원펀드에 얼마를 낼지도 합의한 만큼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 논의만 남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금액산정과 교육 또는 연구, 인프라 등 어디에 쓰일지, 누가 운영할지 등의 문제만 매듭지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신속한 개정을 통해 시행에 들어가야 할 사안이 많은데 정치적, 지역적 논란으로 개정안이 표류하고 있다"며 "결국 그 비용은 모두 시장의 몫이 된다는 점에 유의하고 '시간절감은 곧 비용축소'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