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전세계 조선업계가 유례없는 불황을 맞이한 가운데 국내 조선업체들 역시 힘겨운 생존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조선 빅3' 업체들조차 살아남기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만큼 중견 조선소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과 SPP조선, 성동조선해양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는 국내 주요 중견 조선업체들은 각기 처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각자도생'에 나섰다.
최근 기업 청산 위기에 몰렸던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의 지원을 재개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숨 돌린 상황이다. 이같은 채권단의 결정은 STX조선의 선제적 다운사이징 노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이 정상화 가능성을 재검토하기 위해 진행한 2개월간의 정밀실사 기간 중 인력감축과 사업구조 축소 등 자체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며 채권단의 마음 돌리기에 적극 나선바 있다.
이에 채권단은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상회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전에 기결의됐으나 미집행된 지원자금 잔여분인 4530억원을 기수주 선박의 건조자금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진해조선소 선대축소(5→2개) 및 선종특화(탱커, LNGB), 고성조선소 블록공장 전환 등 건조능력과 선종 대폭축소 ▲34% 인력감축 및 내년 전직원 임금 10%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하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실사결과가 나오기 전 노조의 동의 아래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이만큼 자구노력을 하겠으니 채권단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번에 그부분이 좋게 반영이 된 것 같다"며 "사업 조직 슬림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탱커선을 중심으로 효율성 제고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재기의 신호탄을 날렸던 SPP조선은 최근 신규수주를 두고 채권단과 갈등을 겪으며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한 상태다.
앞서 SPP조선은 2010년부터 50%의 인력감축과 통영·고성조선소 등 생산시설 셧다운 등을 통해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744억원을 기록하며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신규수주 8척에 대한 채권단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거부로 경영정상화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에 SPP조선은 채권단에 RG 발급을 끌어내기 위한 백방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달 초부터 경남 사천 시민을 대상으로 'SPP조선 살리기 서명운동'을 펼쳐 2만여명의 서명을 받아낸 것에 이어 지난 10일 송도근 사천시장,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 김현철 사천시의회 의장 등을 비롯해 임직원 700여명이 모여 'SPP조선 살리기 결의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중견 조선소들 가운데 재기를 위한 가장 안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협약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선 상황이며, 이번달부터 삼성중공업 부사장 출신의 김철년 사장이 회사를 이끌게 되면서 사실상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위탁경영 수준의 관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채권단의 지원 역시 잡음없이 이어지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 10월 2019년까지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42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이같은 지원과 더불어 자체적인 자구안들을 이어갈 방침이다. 김 사장은 취임 당시 스스로 아이디어를 제안해 각자 10% 효율을 높이고, 10% 비용 절감을 하고, 10% 일 더하기 운동인 '텐텐텐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긴 힘들겠지만, 조선 빅3 이외 중견 조선소들 가운데 우리 회사가 내년 연말 가장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할 것으로 자신한다"며 "앞서 대표가 제안한 텐텐텐 운동을 비롯해 조만간 새로운 업무 개선 캠페인들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PP조선과 사천시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경남 사천 SPP조선 대강당에서 SPP조선 살리기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SPP조선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