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만한 이자를 주는 예금에, 주식이랑 펀드는 손실, 돈을 어디에 어떻게 굴려야할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김모(40)씨의 하소연이다. 올해는 김씨처럼 자산관리에 있어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기준금리 사상최저인 1%대인 상황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낸 2015년도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게다가 12월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복잡하고 어렵다고 피할수는 없는 법, 이런때일수록 자산전략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미국 금리인상이 가져올 금융시장 흐름을 전망해보고 전략을 살펴본다.
2016년 재테크 지형 바꿀 '미국 금리인상'
재닛옐런 입에 쏠린 시장의 눈과입 사진/ 뉴시스
2016년 재테크 지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미국 금리 인상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0.1%미만인 기준금리를 올린 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0.75%까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당장 환율이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달러가치가 오르면 그동안 돈의 힘으로 지탱해온 몇몇 신흥국들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가 낮았을 때는 많은 투자자가 달러 빚을 내서 전 세계에 투자했지만 향후 달러가치가 오를수록 갚을 돈의 부담도 커져 빚을 갚으려고 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과거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었던 것처럼 말이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즈(FT)는 주요 신흥국통화에 대한 미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JP모건 신흥시장 외환지수가65.80으로 사상최저를 기록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1971년 집계 이후 가장 낮았다고 전했다.
국내주식 기대낮추고 배당주 담아라
물론 우리나라는 이번 위기에서 제외될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외환건전성이 나아졌고 위기상황 대응력 평가에서 안전국으로 평가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신흥국 불안이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사정이 세계 경기둔화와 구조적 성장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주요 기업의 2016년 순이익 전망치가 100조원으로 집계되지만, 평균적으로 27%가량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첫번째 보다 미 연준의 두 번째 금리 인상부터 통화정책 정상화의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큰 그림에서는 주가가 1850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저성장이 뉴노멀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투자기회가 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의 투자자문 대표는 "과거 영광에 매여 기대수익률을 너무 높게 가져가면 좋은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며 "기대수익을 낮게 잡고 보면 가치투자할만한 종목이 널려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배당을 주는 기업이나 관련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도 유리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보다 나은 유럽·일본서 기회 찾아라
마지막으로 투자수익을 맞추기 위해서하면 한국 외에 시장에서도 기회를 찾아야한다. 이런 관점에서 유럽과 일본, 중국이 미국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은 미국과 반대로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계속 풀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일본 역시 통화완화 외에 법인세 인하 등 기업활동 촉진을 위한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에서 벗어난 지역 위주의 자산관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금융시장의 화두는 저성장 극복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일부 지역의 양적 완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혁신적인 기술이나 설비투자사이클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의 일대일로나 일본의 도쿄올림픽 등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금 가입은 하반기로 미루자
보수적 투자자들이 관심을 두는 투자처 중 한 곳은 예금과 채권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 사이클에 접어들면 한국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금리상승 압력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민규 키움증권 크레딧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기간을 두고 금리를 올리는 순서를 밟아왔다"며"내년 하반기쯤 금리가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 투자자라면 내년 하반기쯤 6개월 미만 단기로 예금에 가입해 둔 다음 금리상승 시기를 노리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준금리 인상을 감안해 은행 정기예금 만기를 6개월 또는 3개월 단위로 짧게 유지하고 기회가 있을 때 비중을 조절하는 것도 방법이다.안정적이고 예금보다 좀 더 높은 수익을 원한다면 해외채권에 관심을 두는 것도 괜찮다. 선진국 채권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미국 회사채가 유망하고 신흥국에서는 비교적 안전하고 튼튼한 달러 표시 채권이 추가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으로 꼽힌다.
부동산, 내년 '차분'‥기대 낮추면 오피스텔 괜찮아
투자자들이 고민하는 또 다른 투자처는 부동산이다. 아파트투자로 대박나던 시대는 끝났다고하지만 언제 뜰지 모르는 부동산에서 등을 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거래가 늘면서 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단기간 주택공급이 급증하면서 과열우려가 나올 정도로 후끈했던 올해가 딱 그런 해였다.
미국 금리인상이 점쳐지는 현 상황에서 내년 부동산시장을 좋게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다면 소형주택이나 재건축, 오피스텔에서는 관심을 둬도 괜찮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임대수익률이 낮아지는 추세지만 저금리 기조로 소액 투자 상품을 찾는 수요자들로 오피스텔의 상승세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08년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6.53%에서 지난 10월 말 5.7%로 낮아졌다. 여기에 종합소득세와 임대관리비 등 비용을 처리하면 연 3~4%수준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은 부동산시장은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급랭은 아닐 것이라며 내년 부동산 시장은 하향안정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지역별 단지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막연한 투자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금융정책이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부동산시장은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상반기에 시행될 대출심사 강화와 원금분할상환제 적용의 파급효과가 시장에 반영되는 3분기가 본격적인 조정국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