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화된 식습관 소장질환 부른다

특별한 증상 없어 더욱 주의…방치하면 암으로 악화 우려

입력 : 2015-12-16 오전 6:00:00
해외에서 오래 생활하다가 지난해 귀국한 사업가 최중호 씨(68·남)는 최근 잦은 복통과 구토에 고통받고 있다. 위장병을 의심해 동네 병원을 찾아 위 내시경을 받았으나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정밀 검사를 받은 최씨는 소장질환을 진단받았다.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소장은 십이지장, 공장, 회장에 이르는 길고 구불구불한 기관으로 펼쳤을 때 길이가 평균 6m에 달한다. 소화효소 및 호르몬들이 소장에서 분비된다. 또한 면역물질을 분비해 각종 감염을 예방한다. 이 기관에 염증이나 궤양 등이 생기면 소장질환이 발생한다.
 
소장질환의 원인에는 크게 가족력과 환경적 원인을 들 수 있다. 가족력에 소장 관련 질환이 있다면, 소장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가족 중 용종증, 크론병, 셀리악병, 포이츠-에거스증후군,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 신경섬유종증, 리프라우메니 증후군 등이 나타난 바 있다면 소장질환에 대비해야 한다.
 
외적 요인은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습관이다. 육류 및 소금에 절인 훈제 음식 등 포화지방 함유율이 높은 음식을 주로 섭취할 때 발생 비율도 높아진다. 서구권이 소장암 발생비율이 높은 것도 생활습관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 성인 국민 2명 중 1명은 비만 또는 과체중이고, 5명 중 1명은 복부비만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소장질환에 특별한 증세가 없다는 것이다. 소장은 입, 항문과 멀리 떨어져 있어 일반 내시경으로는 접근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환자들은 뒷목의 뻣뻣함, 등통증, 이명 등을 호소하는데, 이는 후복강으로 궤양이 침범했기 때문일 수 있다. 서서히 자라는 종양인 유암종이 발생했을 때는 얼굴과 가슴에 홍조가 생기거나 설사, 기관지 천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장내 출혈이 시작되면 빈혈이 뒤따를 수 있다. 방치하면 소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출혈, 장천공, 식욕부진을 동반한 체중감소 등이 동반된다. 이런 증세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암이 퍼진 뒤가 적잖다.
 
소장질환 진단에는 복부촬영이나 영상의학진단기법 등이 동원된다. 위장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대부분 소장 진단에는 CT 촬영이 선행된다. CT로 해결이 안될 경우 캡슐내시경이나 이중풍선 소장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캡슐을 삼켜 장 운동에 따라 이동하는 내시경이 소장 상태를 촬영하도록 하는 캡슐내시경 기법은 수면, 마취제를 투여하지 않고, 통증도 없다. 또한 검사자가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고, 복통이나 복부팽만감 등의 불편함도 뒤따르지 않아 매우 유용하다. 소장 검사에 특화된 이중풍선 소장내시경은 특수풍선이 장착된 내시경을 소장에 삽입해 전체 소장을 관찰하는 검사 기법이다.
 
다만 캡슐내시경과 이중풍선 소장내시경은 소장질환을 발견하는 데 유용하지만 소장질환 발생률이 일반적으로 높지 않고, 검사 결과를 진단하기가 까다로워 일반 병원에서는 검사 장비 자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 전문병원에서만 시설을 갖추고 있다.
 
소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붉은색 육류, 소금에 절인 훈제 음식 및 포화 지방이 다량 함유돼 있는 음식들을 피해야 한다. 섬유질 및 전곡류 섭취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박재석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센터장은 "소장질환은 위험성에 비해 사전 검사나 예방법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식습관을 개선하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소장질환 발생을 염두에 둔 사전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소장암은 특별한 증세가 없어 무서운 질환이다. 소장은 입, 항문과 멀리 떨어져 있어 일반 내시경으로는 접근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식습관을 개선하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소장질환 발생을 염두에 두고 정밀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사진제공=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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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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