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한국증권학회 주체로 '금융회사의 자산관리업 현황과 발전방안'에 대한 포럼이 개최됐다. 사진/뉴스토마토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것은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 과당 경쟁 부작용을 가져올 우려가 있습니다”
신진영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금융회사의 자산관리업 현황과 발전방안’을 주제로 열린 한국증권학회 주체 정책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투자일임업은 금융투자업의 6대 본질업무 중 하나로, 투자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 등에 대한 투자판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임받아 투자자별로 구분해 그 투자자의 재산상태나 투자목적 등을 고려해 금융투자상품 등을 취득·처분, 그 밖의 방법으로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신 교수에 따르면 현재 투자일임시장은 저금리, 고령화로 인한 자산관리 수요증가로 지속 성장 중이다. 지난 2010년 267조원 규모이던 투자일임 잔고는 2014년 433조원으로 늘었고, 2015년 9월 현재 560조로 성장했다. 또 겸업사 90사, 전업사 125사, 역외사 124사 등 339개사가 경쟁하며 포화상태에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민 재산형성 지원, 수익다변화, 금융소비자의 편리성 등을 논거로 한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 재추진 이슈가 부각되며, 은행과 증권업계간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은 앞서 2007년과 2013년 백지화된 바 있다.
신진영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은행권의 투자일임 진출 시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 교수가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에 회의적인 주요 배경은 투자자 보호 문제다. 그는 “은행고객은 예·적금에 예치해 원금보장을 추구하는 성향인 반면, 투자일임업은 투자목적으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충된 특성을 지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정적 투자 성향인 은행고객을 대상으로 적극 영업 시 불완전 판매 증가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진입 초기에는 시장지배력 중심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고, 과거 은행의 펀드판매와 같이 불완전 판매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증권·은행별 펀드 판매점유율과 분쟁 접수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그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르면 조사기간 중 증권사의 펀드 판매점유율이 65.5%로 가장 높았을 때 분쟁 접수는 53건인데 반해, 은행의 점유율이 38.7%(2008년)로 가장 높았을 때에는 분쟁 접수가 2571건에 달했다.
한편, 신 교수는 금융투자업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그는 “은행권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금융투자업 영역에 계속 진출 중”이라며 “영업망이 우수한 은행이 금융투자업에 계속 진출할 경우 은행 중심의 시장지배력 심화와 쏠림 현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