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 기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 동안 유지됐던 미국의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내년도 국내 해외수주 전망이 더 어둡게 됐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저유가 여파로 올해 전체 해외건설 수주량이 30%나 감소해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내년에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상황이 닥친 것이다. 여기에 저가수주 방지를 위해 금융당국의 해외수주 사업성 심사도 더 강화될 예정이어서 내년 해외 수주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에 나서면서 시장에 풀려나간 달러는 높은 수익을 쫓아 신흥국에 대거 유입됐다. 하지만 이번 금리인상에 따라 신흥국으로 풀려나간 달러가 미국으로 되돌아가면서 신흥국 시장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유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수주1번지인 중동지역 대신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남미 등으로 해외수주지역을 다각화하고 있던 건설업계는 또 다른 악재를 받아들에 된 셈이다. 이미 지난해에 비해 올해 주력시장인 중동이 50% 이상, 아프리카는 71%, 중남미는 36% 가량 해외건설 수주물량이 감소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의 재정악화 가능성은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미국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와 대응전략 연구' 보고서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 11개국을 대상으로 위기상황을 가정해 외환 대응력과 부도 위험을 살펴본 결과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가 위험국으로 평가됐다.
국가부도위험성은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대부분은 원유 등 자원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대규모 인프라 사업 수요가 많다는 공통점도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불안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의 수주 텃밭인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추가로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신흥국들의 재정악화는 불 보듯 뻔한 것"이라며 "저유가에 더해 금리인상까지 더해지면서 내년 해외수주 목표량을 낮춰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외건설 발주량이 감소하는 동시에 건설사들의 유동성 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에 이어 국내 금리도 인상될 경우 올 연말과 내년 초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건설사들의 부담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자는 물론 상환액이 더욱 늘어날 경우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중견 건설사의 경우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사태에 빠질 수 있다.
반면,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철근, 시멘트 등 공사 원가 비중이 낮아지는 점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발주량이 감소하는 것에 비하면 원가비중 감소분이 미미해 전체적으로는 건설업계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들의 재정악화로 건설업계의 내년도 해외수주 전망이 더 어두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SK건설과 GS건설 등이 지난해 2월 수주한 쿠웨이트 클린퓨얼 프로젝트 정유플랜트의 모습. 사진/SK건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