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문 KT 매스(Mass) 총괄 사장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열린 송년행사에서 "지금 판은 흔들겠다는 사업자는 이번에도 자기 밥그릇 지키기 위해 남의 밥그릇을 깨뜨릴 것"이라며 "자기기인에 우롱당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사장의 발언은 SK텔레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이 성사되면, KT 입장에서는 유선통신이나 유료방송 시장에서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거대 사업자가 탄생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임 사장은 "남이 애써 일궈놓은 사업을 파괴하는 것이 진정 가꾸는 것인지, 그것이 고객들이 원하는 판인지 의문"이라며 "방송과 통신 융합에 대한 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결정은 방송과 통신 산업의 경쟁력을 악화 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사장 외에도 KT의 주요 임원들 역시 SK텔레콤을 비난했다. 구현모 KT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결과적으로 케이블이라는 하나의 산업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인수합병을 섣불리 결정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맹수호 KT 대외협력(CR) 부문장은 "과거에는 방송과 통신의 합병이 많았지만, 2012년 이후에는 모두 부결됐다"며 "이번 딜은 그냥 일반적인 딜이 아니고, 경쟁 제한성을 가지고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희수 KT 경영경제연구소 부소장도 "방송과 통신은 내수 시장이라 글로벌로 가기 위해 인수합병을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케이블 산업 발전 방안을 고민한 후에 인수합병에 대한 공공성, 지역성과 같은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KT는 기가인터넷 가입자가 조만간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2016년에는 글로벌 부문에서 매출 5000억원 달성을 자신했다. KT 또 조만간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케이블 사업자들과의 상생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임헌문 KT 매스(Mass) 총괄 사장이 지난 18일 저녁 열린 송년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KT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