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최근 인종차별적 말실수가 구설에 오른 가운데, 과거 김 대표의 발언 내용들도 새삼 주목된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삼성동에서 당 청년위원회가 주선한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함께 봉사하던 나이지리아 출신 유학생에게 “니(너)는 연탄 색깔하고 얼굴 색깔이 똑같네”라고 말했다.
이후 한 외신기자가 “정말 어이가 없다, (막말로 유명한 미국 대권주자) 트럼프 같다”고 비판하는 등 인종차별 논란이 일자 김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장에서 친근감을 표현한다는 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지 못한 잘못된 발언”이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러한 말실수는 단순히 이번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단순 말실수가 아닌, 김 대표의 철학이나 사고방식이 지나치게 편향되거나 보수화된 결과물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여의도 정치권에서 화제가 된 최준영 작가의 ‘여야 대권주자 22인 한줄평’에선 김 대표를 “훤칠한 외모와 호방한 성격, 든든한 집안배경과 재력까지 갖춘 사람”이라면서도 “빈곤한 철학에서 나오는 천박한 언변으로 입만 열면 경쟁력이 깎이는 사람”이라고 혹평한바 있다.
실제 김 대표의 과거 발언들을 살펴보면 노동문제나 이념 등 다양한 방면에서 한쪽으로 치우친 듯한 내용들이 많다.
우선 노동권과 관련해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아르바이트생의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는 청년들을 만나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지 방법이 없다”, “악덕 업주를 구분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며 책임을 청년들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올해 9월에는 “노조가 쇠파이프를 안 휘둘렀으면 국민소득 3만불 됐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고, ‘콜트악기 폐업 사건’과 관련해 “강성노조 때문에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져서 공장이 문을 닫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 대표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언론보도를 ‘허위보도’로 판결한바 있다.
또한좌우 편가르기나 색깔론, 매카시즘 등을 자주 이용해 이념적으로 편향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1년 7월,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제주도 강정마을 주민들을 “김정일의 꼭두각시”라고 불렀던 김 대표는 이후 각종 사안에서 “대한민국에서 암약하는 종북좌파가 문제”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서도 김 대표는 “좌파들은 현대사를 부정적으로 가르치고 있고 이는 종북세력이 배후조종하고 있기 때문”,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의 90%가 좌파”, “진보좌파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는 발언들을 내놨다.
이외에도 “복지 과잉은 국민의 나태를 불러온다”, “아기 많이 낳은 순서로 여성 비례대표 공천을 줘야 하지 않겠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 “전국이 강남만큼 수준이 높으면 선거가 필요없다”는 발언들도 논란에 휩싸였다.
김 대표의 말실수는 비단 국내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 문제를 이야기했다가 곤욕을 치렀던 김 대표는 올해 7월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중국보다 미국이다”, “F-22를 얼마든지 구입하겠다”등 발언을 해 국익이 걸린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책임있는 집권여당 대표가 너무 쉽게 이야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편 김 대표의 이번 ‘연탄발언’과 관련해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18일 논평에서 “인간으로서의 기본 자질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라며 “은연중에 나오는 이러한 발언은 그 사람의 평소 인식과 인격을 나타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대변인은 “김 대표는 그간 반노동적이고 반역사적인 행동을 수없이 보여주더니 이제는 반인권적인 모습까지 드러냈다”며 “이제는 반역사, 반민주, 반인권, 그야말로 몰상식의 3박자를 갖추게 되었다”고 질타했다.
이어 “김 대표는 권력을 향해 질주하기에 앞서 과연 국민의 대표로 자격이 있는지 부터 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1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삼성동에서 연탄 배달 봉사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