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 후견인, 제3자 지정 가능성

고령 재벌총수 성년후견 지정 첫 사건 주목
재벌가 경영권 다툼 때 '히든카드'로 작용 예상

입력 : 2015-12-22 오후 4:50:50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신청 사건을 담당할 재판부가 정해진 가운데 누가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으로 지정될 지 이목이 집중된다.
 
22일 서울가정법원은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78)씨가 신 총괄회장에 대해서 낸 성년후견 개시 신청 소송을 가사20단독 김성우(46·연수원 31기) 판사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사건은 2013년 7월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된 이래 사회적 여론이 집중된 첫 주요 사건인 만큼 합의부로 재배당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사건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이후 비슷한 재벌가 경영권 다툼에서 성견후견인 신청이 주요한 한 수로 쓰일 수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원, 제3자 전문가 후견인 지정할 듯"
 
법조계는 신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이해관계 대립이 첨예하게 이어지고 있는만큼 후견인에 '제3의 인물'이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성년후견 개시를 신청한 신씨가 후견인으로 신 총괄회장의 아내와 자녀 등 총 5명을 대상자로 지목했지만 후견인 지정은 재판부 권한이다.
 
재판부는 앞으로 ▲신 총괄회장의 의사확인 및 진술청취 ▲여동생 신씨 및 신 전 부회장·신 회장 등 상속 관계자 의견제시 ▲신 총괄회장 정신감정 등을 거쳐 성년후견 심문을 종결하고 후견인을 지정하게 된다.
 
통상 법원은 피후견인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살피지만 판단능력 부족 등으로 피후견인의 의사가 불분명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피후견인의 상속인(가족 등) 간 후견인 지정 협의를 유도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직접 개입한다.
 
◇롯데가 재산 다툼 첨예…"신 총괄회장 보호 목적"
 
현재로서는 '롯데家'가 자체적으로 협의를 볼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두 아들은 서로를 상대로 맞소송을 벌이고 있고, 신 총괄회장의 의사 또한 명확한 것으로 인정될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법원은 이같은 경우 대개 제3의 전문가 후견인 지정이 제도의 도입 목적인 '피후견인 보호'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은 2013년 9월 발표한 연구결과에서 '피후견인의 신상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면서 "친족회를 폐지하고 그 대신 가정법원이 사안에 따라 후견감독인을 개별적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후견인의 임무 해태, 권한 남용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가사사건 전문 변호사들도 이와 관련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태현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의 의사가 명확하다면 가능한한 그 의사가 존중될 것"이라면서도 "거기에 대해서는 신동빈 회장 등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원에서는 객관적 제3자인 변호사를 선임해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김수진 변호사도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한데, 본인의 판단능력이 부족하다면 법원이 참작은 하되 최종적으로는 공정하게 재산을 관리하고 신 총괄회장을 옆에서 잘 도와줄 전문가 후견인을 지정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명 이상 공동후견 가능성도"
 
경 변호사는 또 "성년후견인이 반드시 한 사람일 필요는 없고, 공동후견도 가능하다"면서 "가족 중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기 보다, 가령 대한변협의 추천을 받아 2명 이상의 제3자 변호사를 지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등 제3자의 전문가 후견인은 법원이 가지고 있는 관리자 명부에 올랐거나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의 추천을 받은 변호사들 중에서 선별·지정될 수 있다. 관리자 명부는 후견인이나 상속재산관리인 업무를 하는 법조인에 대한 명부로, 법원이 상시 보관하고 있다.
  
한편 신씨는 지난 18일 오후 대법원의 성년후견제도 태스크포스에 직접 참여한 이현곤 변호사(46·연수원 29기)를 대리인으로 선임,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했다.
 
지난 1일 오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방문을 마치고 신동주 전 부회장과 차량으로 함께 이동하고 있다. 이날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측 공사현장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했다.사진/뉴시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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