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신용등급 내년에도 우울…유동성 위기 오나?

올 들어 10개사 '줄 강등' 내년 전망도 부정적
"1분기 만기도래 회사채 부담될 것"

입력 : 2015-12-23 오후 3:15:38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올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했다. 간만에 불어온 분양훈풍에도 불구하고 몇 년째 발목을 잡고 있는 해외 저가수주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황 전망도 밝지 않아 당장 내년 초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사들은 유동성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용등급이 하락한 건설사는 ▲포스코건설 'A+' ▲GS건설(006360) 'A0' ▲SK건설 'A-' ▲태영건설(009410) 'A-' ▲KCC건설(021320) 'A-' ▲포스코엔지니어링 'A-' ▲한화건설 'BBB+' ▲삼성엔지니어링(028050) 'BBB+' ▲계룡건설(013580)산업 'BBB0' ▲두산건설(011160) 'BBB-' 등 10개사다.
 
대부분 등급전망이 '안정적'으로 평가돼 당분간 현 등급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GS건설과 포스코ENG, 삼성ENG, 두산건설 등은 일부 신용평가사들이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판단했거나 등급 하향 주요 모니터링 대상으로 올려놔 추가 강등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다.
 
이들의 주요 강등 원인으로는 해외 프로젝트의 준공 지연 및 추가 원가 발생, 토목 부문의 수주경쟁 심화 등으로 인한 저조한 영업수익성 지속 등이 꼽혔다.
 
또한 분양시장 호황에도 분양물량이 부족했거나 진행 프로젝트의 낮은 채산성 등으로 주택 부문에서 매출 및 영업이익, 현금흐름 개선을 시현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른 현금창출력 저하는 이자보상배율 하락 등 재무안정성 저하로 나타났다.
 
문제는 신평사들이 내년 건설업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별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방향성 역시 부정적이다.
 
송미경 NICE신평 전문위원은 "중동 지역 대부분 저가 프로젝트의 준공이 내년 상반기 이후로 연기된 가운데 시운전 과정에서 추가 자금투입 가능성이 높다"며 "또 회사별로 전체 매출채권의 40~70%가 미청구공사대금으로 저유가 기조의 장기화, 중동 정정불안, 중남미 및 CSI 지역의 대외신인도 저하 등은 미청구공사의 부실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잉공급으로 올 4분기 이후 분양시장도 불안정한 상태"라며 "입주가 집중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 주택 경기 하락, 입주시기에 잔금납부나 입주 지연 사태로 건설사들의 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정부가 최근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심사 가이드라인'으로 건설사들의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매매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도금 집단대출은 이번 규제에서 제외돼 분양시자에 수요가 쏠릴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기존 주택거래가 둔화되면 신규 분양시장도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윤호 동부증권(016610) 연구원도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은행권 자체심사요건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건설사들도 공급물량이나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신용등급 하락이 회사채 조달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건설업체들의 자금 사정도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 회사채(공모채 기준)는 3조4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1조1000억원가량이 1분기에 만기가 몰려있다.
 
당장 내년 2월에 GS건설과 롯데건설, SK건설이 각각 3200억원, 20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한다. 대우건설(047040)(2500억원), 삼성물산(000830)(1500억원), 포스코건설(800억원)도 1분기에 상환 일정이 잡혀있다.
 
만기 회사채는 현금으로 갚아도 되지만, 자금이 일시에 많이 투입되는 만큼 새 회사채를 발행해 갚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차환을 선택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신용등급 하락 전 발행한 채권이라 차환금리는 기존에 비해 더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며 "발행금리가 인상되면 해당 업체의 재무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설업종의 경우 한계기업 구조조정과 업황 위축에 대한 우려로 채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포스코건설과 한화건설 등 만기가 도래한 건설사들은 대부분 현금으로 상환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현금상환을 선택하는 회사가 늘어나는 모습"이라며 "내년에도 건설사들에 대한 파이낸싱이 보수적일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면 차환을 발행하기가 더 어려워지는데, 자체 현금으로만 빚을 계속 갚아나갈 경우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한 데 이어 내년 전망조차 밝지 않다. 때문에 만기도래하는 회사채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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